한국일보

모기

2016-08-20 (토) 윤혜영 병원근무/ 티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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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하면서 거실 한구석 거미줄에 커다란 모기가 걸려 죽어있는 것을 보았다. 며칠 전 부엌에서 그 놈이 내 다리를 쏘고난 후 잽싸게 날아가는 것을 보고 파리채를 들고 30분이상을 쫒아다니며 헛방만 날리다가 놓쳐서 분했는데 이 놈은 파리채를 유유히 피해 놓고는 쫒아다니지도 휘두르지도 않는 거미줄에 걸려 목숨을 잃은 듯 했다.

워낙에 잠자리만큼 큰 놈이라 거미는 오랜만에 큰 수확을 거두어 두고 두고 먹어치울 계획이었던지 거미줄에 걸려 버둥거리다 떨어져 한쪽에 떨어져 있는 모기의 한쪽 다리 외에는 표본실 진열장에 놓아도 손색이 없을만큼 멀쩡했다.

평소 대강 대강 치우고 사는 지라 눈에 별로 안띄는 한구석에 있는 거미줄 늘어진 것싸지는 신경을 안쓰고 산다. 그런데 어느 순간 집 거실 구석 구석에 스며들은 화창한 아침 햇살 안에 오랫동안 손 가지 않아 뿌옇게 쌓인 먼지가 마치 무대 위에 조명과 함께 등장한 주인공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같이 드러난 이 구석 저 구석에 걸쳐진 섬세한 방충만 같은 거미줄에는 오래 되어 부스러기 같은 형체가 된 파충류 조각들과 아직 버둥거리기도 하는 벌레 같은 것들이 들러붙어 있었다.

그리고 내 추격을 따돌리고 잠적했던 모기도 그 가는 거미줄에 걸려 목숨을 잃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거미줄보다 가늘다라는 표현도 있지만 거미줄만틈 약해보이지만 강하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그런 한 장면이었다.

사람도 사람이라고 다 사람다운 것이 아니듯 모기도 모기마다 크기와 색깔, 그리고 세밀하게 관찰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 특성과 성질이 다르고 모기 같지도 않은 것이 모기이기도 한 것을 알게 되었다.
한눈에 모기인 것이 확실히 드러나는 이런 큼지막한 놈은 그 덩치 때문에 발견되기가 쉬워 식사 도중 주인의 손바닥에 의해 목숨을 잃는 수가 많고 그 독성도 대단하지 않은 것 같다.

지난 해 여름 우리집 뒷마당에는 그 독성이 야멸차고 집요한데가 두고 두고 가렵고 흉터까지 남기는 하루살이보다 작고 연약해 보이는 미물같은 모기가 나타나 가족들을 괴롭혔다.미리 모기 퇴치 스프레이를 뿌리고 나가도 끄떡없이 달려즐어 피부가 드러난 종아리나 팔뚝은 물론 셔츠 안의 보호구역까지 침투하는데 그 존재가 그 놈들이 식사를 끝내고 사라진 후에야 감각 신경에 전달이 되는 것이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노안이 온 내 눈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미물은 부엌문 앞의 시원한 아침 저녁 쾌적한 공간과 그 뒤의 나무숲을 향한 공포심까지 주었었다.어기적거리며 흐느적 흐느적 움직이는 거미가 쳐놓은 그물에 날렵하게 앵앵거리며 공중을 날아다니는 모기가 목숨을 잃는 것은 자연의 조화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그 모기를 잡아보겠다고 이리 저리 뛰어다닌 나로서는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종말이기도 하였다.

이 놈에게 물린 내 피부는 아직 가려움과 붉은 흉터가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이미 목숨을 잃은 모기를 보먄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거미줄을 깨끗이 닦아내면서 어느 잡지에서 본 생활에 유익을 주는 거미줄이란 글이 생각났다. 그렇다고는 해도 사람이 사는 집안에 여기 저기 거미줄을 늘어뜨리고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윤혜영 병원근무/ 티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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