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만이 어때서?

2016-08-19 (금) 민병임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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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멕시코의 여자 체조선수 알렉사 모레노(22)가 지난 7일(현지시각) 기계체조장에 나타나 여자 개인종합 예선전을 치렀다. 모레노는 이날 59명 중 31위를 차지하면서 결선 진출에 실패했는데 이후 인터넷에서는 온갖 글이 다 올라왔다.

이유는 체조선수는 대체로 마른 체형인데 그녀는 동글동글하니 살이 좀 찐 체형이라는 것이다. 모레노는 150Cm, 44Kg으로 정상체중인데도 일부 네티즌은 ‘체중 관리 좀 하라’ , ‘몸무게가 웬만한 체조선수보다 2배일 것이다’, ‘체조선수가 아니라 핫도그 먹기 대회 선수 아니냐’ 는 조롱을 퍼부었다. 뚱뚱한 돼지 사진을 올리고 ‘ 모레노 사진 독점 공개 ’라는 모욕적인 글도 올라왔다.

모레노는 국가대표 선수가 되기까지 엄청 노력을 했을 것이고 그녀의 체조 기량 또한 뛰어났을 것이다. 체조선수는 무조건 마른 체형이어야 한다는 선입견도 문제지만 살집이 있는 그의 몸매를 두고 뚱뚱하다, 아니다 라는 논란이 일어난 것 자체가 우습다.
물론 몸이 날씬하면 민첩성이 뛰어나고 착지 동작도 가볍게 하겠지만 평균대 위에서 중심을 잡는 데는 탄탄한 근육이 안정적이고 근력은 고난도 기술에 도전하는데 필수적일 것이다. 본인이 보기에는 모레노가 평균대 위에서 새처럼 양팔을 벌리고 한쪽 발로 선 포즈가 장작개비처럼 마른 선수보다 다부지고 힘이 있어 보여 좋다.


또, 17일에는 이집트 국영방송사가 자사 여성 앵커 일부에게 ‘살을 빼라’고 당분간 업무를 정지시킨 일이 일어나 이, 무슨 시대착오적인, 인권 무시 발언인가 싶다. 채널 2에서 뉴스를 진행 해 온 카디자 카다브를 포함해 여성 앵커 8명에게 다이어트 명령을 내린 이유가 여성 앵커의 뚱뚱한 이미지가 국영 방송사 이미지를 둔하게 비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소셜 미디어에서는 여성 앵커 지지 글도 있지만 ‘뚱뚱한 여자들’이라고 놀리는 글도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외신으로 본 여성 앵커 카디자 카타브의 모습은 진실해 보이는 얼굴에 풍성한 롱 헤어와 블라우스 차림이 그녀가 전하는 뉴스는 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놓고 보면 미국의 뉴스 여자 앵커들은 안경을 끼고 못생기고 늙었다. 패션모델이나 배우처럼 뛰어난 미인 진행자는 별로 본 적이 없다. 방송사가 안 망하려면 능력과 자질 우선이다.

한편, 미국의 ‘수퍼 엑스 라지’ 시장도 뜨겁다. 미국인 65%가 과체중이다 보니 유명 브랜드 매장에 풀 사이즈 코너가 확장되고 있고 인터넷에서는 트리플 X 라지 전용 판매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이어트나 운동 관련 비즈니스가 늘어나는 만큼 뚱뚱한 사람들을 위한 비즈니스도 확장되고 있다. 옷뿐 아니라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등장한 언더웨어 브랜드에 가구, 자동차, 의료기구, 놀이기구 등도 사이즈가 커지고 있다.

본인도 이따금 플러스 사이즈 옷을 입는다. 플러스 사이즈 티셔츠나 원피스를 입으면 허리와 배, 모든 것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일부러 플러스 사이즈 매장에 들어가 어울리는 옷을 찾기도 한다. 얼마 전 딸이 권하여 ‘Fat Smart Beauty (뚱뚱하다 똑똑하다 예쁘다) ’는 블러그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이 여성은 출렁이는 뱃살과 군살 등 자신의 체형 때문에 받는 모욕들에 대해 저항하는 것같이 느껴지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뚱뚱하다는 심리적 불편을 본인이 먼저 떨쳐버린다면 문제될 게 없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그새 좀 쪘네?’하면 기분 나쁘다고 받아들이기 전에 ‘그게 뭐 어때서?’하고 당당하게 말하라. 사람이 살면서 병들어 아프고 다치거나 고통 받는데 그까짓 몸무게 좀더 나가는 것이 뭐가 대수랴?

재작년 겨울, 갭(GAP)브랜드인 올드 네이비가 여성 플러스 사이즈 옷 가격이 비싼 이유를 ‘뚱뚱한 여성의 몸에 맞추어 곡선을 강조하고 스트레치를 넣다보니 더 많은 품삯이 들어간다’고 한 궁색한 변명이 재미있었다. 맞다. 뚱뚱한 여성일수록 정성이 더 들어간 예쁜 옷을 입고 있는 것이다.상대방이 나를 상처 주는 말을 할 때 “그래서?” 하는 대응은 약이 된다.

<민병임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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