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30년의 인간상

2016-08-13 (토) 한영국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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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바둑계를 평정하고 나자 이번에는 테오 트로니코가 53개의 손가락으로 피아노 연주 솜씨를 인간과 겨루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에는 인공지능이 작곡한 ‘grey’와 ‘cavity’가 음원공유사이트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했다. 로보트가 창작의 영역으로 들어 온 것이다. 미래 전문 ‘싱귤라리티 대학’을 설립한 미래학자 호세 코르데이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IQ를 1000까지 올리고, 인간을 노동이라는 신의 벌에서 해방시켜 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편다.

이제 바야흐로 인간은 살아있음의 존재가치 하나만으로 놀고 먹고 인생을 즐기며 살면 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가 하면 옥스포드 대학의 마이클 오스본은 현재 일자리의 47퍼센트를 로보트에게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를 담아 책을 출간했다.


오스본은 지금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들이 대학에 가거나 사회에 진출하게 되는 2030년에는 인간의 어떤 기술이 사회에서 가장 유효할까, 라는 질문에 답을 찾자는 프로젝트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부터 어떠한 기술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경쟁력 있는 사회인으로 성장할 것인가, 라는 문제다.

그는 올해 말 미국과 영국에서 미래 직업에 관한 워크샵을 열고, 내년 초에는 이 모든 것을 종합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껏 높은 가치였던 능력이 별 소용이 없어지고, 대신 다른 어떤 능력의 깊이와 상호 조합이 절실해 질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우리가 소중히 여기지만 미래에는 그 가치가 절하되는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알파고의 대결과 그 결과로 인한 현상들을 보면 그 중 하나가 ‘감정이입’일 것 같아 씁쓸해 진다. 알파고 대결이 끝나고 많은 어린이들이 바둑을 배우려고 기원의 문을 두드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둑에 대한 인기가 올라가기도 했겠지만, 알파고를 내가 물리쳐보고 싶은 동기유발이 작동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그 많은 바둑의 경우수를 섭렵하기 위해 기원을 찾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의도했든 아니든 알파고의 큰 장점이라는 ‘감정에 흔들림이 없는 냉철함’을 학습하게 될 터다. 이웃이 괴로워하든 기뻐하든 나와는 전혀 무관한 ‘무념의 시대’가 올 것인가?

코르데이로는 인간보다 인공지능이 더 윤리적이고 도덕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오히려 인공지능을 잘못 쓰는 인간의 우매함”이라고 덧붙인다. 대중이 염려하는 것이 바로 그 중성의 인공지능을 개인의 욕망에 종속시키는 ‘인간’임을 그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인간과 로보트가 윈윈으로 협력한다는 코보트(Collaborative-robots)라는 말로 포장해도, 인간과 컴퓨터의 싱귤라리티(singularity)를 이룩한 휴먼 머신(human-machine)이 어떤 손에 의해 어디로 튀어 나갈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한영국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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