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할 수 있다, 하면 되는 거다

2016-08-13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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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건, 할 수 있다는 의지와 그 의지를 실행할 수 있는 용기에 있다. 물론 다른 동물도 인식과 실행은 한다. 그러나 인간처럼 불굴의 의지 같은 건 없고 자연, 혹은 환경에 따라 순응하는 의지는 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선 그대로 죽어가는 게 다른 동물과 생물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지옥이나 다름없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빅터 프랭클박사. 그는 헤어진 아내를 다시 만나야 하고 책을 써야겠다는 의지로 수용소의 생활을 이겨내 결국 수백만이 죽어간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나는 기적을 이루었고 그 때의 상황을 책으로 써 많은 사람들에게 살아 있음의 의미와 생에 소망을 심어주고 있다.

사람의 의지엔 희망과 소망이 함께 한다. 그렇게 태어난 게 인간이다. 낙심과 절망, 좌절과 암흑과도 같은 현실이 눈앞에 있더라도 희망의 끈이 담긴 의지만 남아있다면 흑암 같은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회생(回生), 즉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니 사람, 인간으로 태어난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복의 복중의 하나다.


8월10일 제31회 올림픽 펜싱경기가 열리는 리오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한국 펜싱선수 박상영. 남자 펜싱 에페 결승전에서 역전의 기적을 이루어내고 한국 최초 남자 펜싱 에페 금메달을 따 내었다. 3피어리드에서 박상영은 10-14로 패색이 짙었다. 진거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할 수 있어”란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힘을 얻은 박상영은 할 수 있다는 의지와 믿음으로 내리 5점을 따내고 15-14의 역전승의 기적을 일궈냈다. 그래 할 수 있다. 끝까지 해 보지도 않고 지레 겁을 먹는 그런 선수였다면 그는 결국 실버메달로 만족했어야 했을 거다. 세계랭킹 16위인 박상영이 세계랭킹 3위인 헝가리 선수를 이긴 건 끝까지 포기 안한 신념 때문이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자였던 미국의 수영선수 마이클 팰프스(31). 그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7살 때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처음엔 얼굴마저 물에 담그지 못해 배영부터 시작해야만 했다. 그런 장애자였던 그가 모든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 수영 역사상 기적 같은 기록을 세우고 있다. 올림픽 메달 수 총 25개다.

25개 중 금메달만 이번 31회 리오올림픽 3개를 포함해 2004년 아테네 올림픽 4개, 2008년 베이징올림픽 8개, 2012년 런던 올림픽 4개 등 19개다. 세계 최고기록이다. 그는 15세이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최연소선수로 출전해 메달획득은 못했다. 하지만 5개월 후 열린 수영대회에서 접영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지금껏 승승장구하고 있다.

“할 수 있다”(I can do)란 표어는 인간에게 주어진 하늘이 내려준 최상급 선물의 표어다. 한국 경제인 중 최고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현대의 정주영 회장. 불굴의 의지와 행동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의 기업정신은 기업가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 특히 그의 말 중 “이봐, 해 봤어!”는 긍정마인드를 한 마디로 표현해주는 명답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Age is nothing but a number)란 말이 있다. 나이 70, 80, 90이 되었는데도 무언가 열심히 배우려 하는 사람들,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할 수 있다. 한다면 하는 거다. 나이 70이 다된 친구 하나, 대학에 들어가 예술 쪽으로 공부해보고 싶단다. 못할 게 무언가. 하면 된다. 할 수 있다.

사람과 동물의 차이는 할 수 있다와 없다 의 차이 아닌가 싶다. 사람이라도 할 수 없다는 사람은 사람이 아닌 동물에 가깝지 않을까. 왜냐,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의지와 행동이 없이 굴종하며 그대로 순응해 살아가기에 그럴 수도 있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 순간부터라도 할 수 있다는 의지로 살아가 보자. 그럼 사람이 된다.

31회 리오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종교와 정치, 인종을 초월한 올림픽 정신. 그 정신을 있게 하는 스포츠. 모든 스포츠엔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이 살아있음에야. 그러기에 세계신기록이 탄생된다. 빅터 프랭클, 박상영, 마이클 펠프스, 정주영, 모두. 그래, 할 수 있다. 하면 되는 거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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