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6월27일은 작년 10월 초에 시작된 연방대법원 2015~16년 회기의 마지막 날이었다. 3가지 케이스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날이다. 그 중 하나는 텍사스 주에서 올라온 낙태시술소에 대한 텍사스법의 위헌성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따라서 법정 안은 물론 대법원 앞길의 잔디밭을 뒤덮다시피 군중들 가운데 여성들의 수가 압도적이었던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텍사스주가 낙태수술을 받고자 하는 여성들의 건강을 증진한다는 구실로 시술소의 시설이 적어도 외과수술 클리닉의 시설과 흡사해야 하며 낙태수술 의사들이 인근 병원의 출입권이 있어야 한다는 법률을 통과시킨 바 있었는데 그 법률이 여자들의 생식권(生殖權)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게 5대3의 판결이었다.
앤서니 케네디가 4명의 진보성향 판사들(스티븐 브라이어, 루즈 베이더 긴즈버그, 소냐 소토마이어, 엘레나 케이건)과 동조했기 때문이다. 그 법 때문에 텍사스주의 낙태시술소가 40여개에서 20여개로 줄어들어 낙태를 원하는 여자들이 200마일 이상 가야 하는 등 낙태권에 부당한 짐을 부과한다는 것이 낙태옹호론자들의 주장이었다. 그런 논리가 다섯 명 판사들을 설득시킨 것이다.
그러나 생명의 시작은 수태 순간이며 따라서 뱃속의 태아도 신생아나 어른들처럼 보호받아야 마땅하다는 생명 중시론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지난 43년 동안 매년 100만으로 추산되는 낙태의 결과는 4,300만의 대량학살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결혼 테두리 안에서의 성관계가 아니라 자유분방한 성관계가 정상으로 여겨져 온 1950년대 전후의 풍속은 무고한 생명들의 희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낙태하는 여자들의 85퍼센트가 미혼이라는 통계다.
대법원의 두 번째 결정은 버지니아 전 주지사 로버트 맥도넬의 뇌물 수수 부패에 대한 유죄판결을 뒤엎은 것이었다. 이 판결은 전원 합의로 나왔으며 판결문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썼다. 맥도넬은 물론 쾌재를 연발했지만 그를 기소해서 유죄판결까지 도출한 연방검찰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맥도넬과 그의 부인은 여러 차례에 걸쳐 조니 윌리엄스라는 보조식품회사 간부로부터 17만달러어치의 금품을 받았고 주지사 공관에서의 오찬을 통해 윌리엄스의 새 상품 발표회를 가지게 하는 등 반대급부성 행동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맥도넬 부인이 윌리엄스를 종용해 남편에게 롤렉스시계를 사주게 했고 자신이 뉴욕 명품 백화점에 샤핑한 몇 만달러 어치의 고급의상 값을 지불하게 했을 뿐 아니라 주지사 딸의 피로연의 비용 일부를 내게 한 것 등은 보통사람의 상식으로는 공직자 부패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로버츠는 그 같은 맥도넬의 행실이 저속하며 비열한 것은 분명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런 것들을 받았더라도 주지사가 윌리엄스를 위한 공식적 행위를 했다는 증거는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방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제 4순회법원으로 그 사건을 다시 내려 보냈기에 연방검찰은 대법원의 결정 테두리 안에서 다시 맥도넬을 재판에 회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지만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진단한다.
공직자들이 지역구 유권자들을 만나주고, 다른 공무원들과 회합을 주선하거나 행사를 주최하는 것만으로는 공적활동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판결문에 들어있다. 앞으로는 연방검찰이 공직자들의 부패사건들을 기소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버트 멘데즈(뉴저지, 민주) 연방상원의원 부패사건이 현재 항소법원에 계류 중인 바 그의 변호사들은 맥도넬의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대법원 판결은 배우자 학대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총기를 살 수 없다는 연방법이 위헌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판결은 6대2로 나왔다. 이 사건이 대법원에서 심리되었을 때 대법원의 유일한 흑인판사로서만이 아니라 10년 동안 한 번도 질문한 적이 없었다고 해서 유명한(?) 클레런스 토머스가 입을 열어 뉴스가 된 적이 있었다. 다수결정에 대한 반대자 둘이 토머스, 그리고 거의 모든 경우에서 토머스의 반대편이었던 소토마이어였다는 것도 이채롭다.
대법원 판사들도 인간들인지라 오판도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의 결정이 국법인 이상 수긍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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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