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민재판 한인 30% 급증… 수백명 ‘추방위기’

2026-01-23 (금) 12:00:00 노세희·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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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강경 이민단속 여파
▶ 추방재판 회부된 한인

▶ 작년 9월 현재 636명
▶ 캘리포니아 205명 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미 전역에서 이민 단속이 대폭 강화되면서 추방 재판에 회부된 한인 이민자 수가 4년 만에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과 추방 드라이브가 단순 체류신분 위반자까지로 대상이 확대되면서 한인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시라큐스대학 사법정보센터(TRAC)가 최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첫 해인 2025년 9월30일 기준 연방 이민법원에 회부돼 계류 중인 한인 추방소송 건수는 총 63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의 472건에 비해 1년 새 28.8%나 증가한 수치다. 한인 추방재판 계류 건수는 2019년 이후 감소세를 이어오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반등하며 다시 증가 국면에 들어섰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2019년 849건, 2020년 1,026건, 2021년 1,057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866건, 2023년 605건, 2024년 472건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한 해에만 150건 이상 늘어나며 4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됐다. 주별로는 캘리포니아가 205명으로 가장 많았고, 뉴욕 94명, 뉴저지 84명, 조지아 49명, 버지니아 46명, 텍사스 30명, 펜실베니아 9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민자 밀집 지역일수록 추방재판에 회부된 한인 수가 많은 양상을 보였다.


혐의 유형을 보면 체류 시한 초과 등 단순 이민법 위반이 전체의 86.9%에 해당하는 553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형사법 위반 등 범죄 전과로 인해 추방재판에 넘겨진 한인은 38명으로 5.9%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강력범죄자 중심 단속”이라는 정부 설명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는 단순 신분 위반자까지 광범위하게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추방재판 절차의 장기화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인 이민자가 재판에 회부된 뒤 판결을 받기까지 평균 1,010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추방 판결이 내려진 경우 평균 635일이 걸린 반면, 구제 판결을 받은 사례는 평균 1,298일로 4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이민법원 판사 부족에 따른 사건 적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김성환 이민법 변호사는 “ICE에 적발됐다고 해서 모두 즉각 추방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추방명령을 받고 출국하지 않았거나, 추방 후 재입국한 경우, 또는 이민법상 가중 중범죄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해 즉각 추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단순 체류 신분 위반자는 대부분 구금되지 않고 추방재판 출두명령서(NTA)를 받고 석방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초강경 이민 단속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추방재판에 회부되는 한인 이민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인사회 차원의 법률 정보 공유와 사전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세희·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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