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조의 영성 느낄 수 있는 성지들

2016-05-24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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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방문 때 ‘꼭 가봐야 할 교회 6곳’

선조의 영성 느낄 수 있는 성지들

제주도 방주교회

한인 크리스천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 느끼는 아쉬움이 있다. 오랜만에 고국을 여행하면서 그리스도의 체취를 되새기며 고향 산천에 함께 젖어들고 싶은 심정 때문이다.

대표적인 가정 및 청소년 사역단체인 하이패밀리는 최근 전국에 걸쳐 ‘꼭 가봐야 할 교회’를 선정했다. 서울부터 제주도에 이르기까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영성의 본향을 이루는 교회들이다. 이제 본국을 여행할 때면 이들 교회를 들러 영적 순례와 관광의 묘미 모두를 얻게 됐다.

사단법인 하이패밀리는 ‘꼭 가봐야 할 교회’를 뽑기 위해 역사적, 건축적, 사회적 의미 등을 기준으로 목회자들에게 의뢰해 10개의 추천 리스트를 받아 이 중 가장 많이 겹치는 6개의 교회를 선정했다. 또 독특성이나 희소성의 가치도 고려했다.

▲제주도 방주교회는 건축계의 세계적인 거장으로 알려진 재일교포 이타미 준이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삼아 건축했다. 제주도가 도내 아름다운 7대 건축물로 선정했을 정도로 건축학적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건축물은 절대 자연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건축가의 원칙대로 주변도 화상적인 자연으로 둘러싸여 있다. 설계가 곳곳에 묻어 있다. 주변의 자연환경은 덤. 비오는 날 가면 더 운치가 있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 762번길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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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설곡산 생명의빛 교회


▲경기도 설곡산 생명의빛 교회는 전체가 소나무로 둘러싸여 있다. 연해주에 사는 통나무사업가 교포 이장균 회장이 개인적으로 모아놓은 양질의 홍송을 예배당 건축을 위해 기증한 것이 계기가 돼 홍정길 목사가 건축을 주도했다. 여기에 평생 교회 건축을 꿈꾸며 공부했던 프랑스 베르사이유 대학의 신형철 교수가 설계를 맡아 지난 2011년 4월 착공했다. 교회의 천장은 높이가 12미터에 이를 만큼 탁 트인 공간은 마치 숲에 들어온 청량감을 준다. 또 641개의 홍송이 교회 내부를 장식하고 있어 입구에 들어서면 탄성을 참을 수 없다는 평이다.
경기도 설악면 설곡리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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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충동에 있는 경동교회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경동교회는 한국 1세대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이다. 일제 강점기에 쓰이던 천리교 교당을 허문 터에 지난 1981년 수도원을 모티브로 건축됐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향했던 길을 곱씹자는 의미로 외벽을 빙 둘러서 들어가도록 설계했다. 특히 밖에서는 십자가가 드러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서울 중구 장충단로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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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성공회 교회


▲강화도 성공회 교회는 1900년대 영국인 선교사의 노력으로 동서양의 문화가 어우러진 형태로 지어진 예배당이다. 전통 건축양식에 따라 외삼문과 내삼문이 있고 이를 지나면 기와를 얹은 본당이 나타난다. 특히 범종과 종곽까지 갖추고 있어 마치 사찰에 온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교회임을 짐작하게 해주는 것은 지붕 위에 있는 십자가다. 현판에는 성공회강화성당(聖公會江華聖堂)이라는 한자가 쓰여 있다. 동서양의 오묘한 조화를 느끼며 전통이 녹아든 기독교의 모범을 살필 수 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관청리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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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란교회


▲경기도 양평의 청란교회는 청란(靑卵)이라는 말 그대로 푸르른 교회의 꿈을 형상화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형교회이자 초소형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 청란교회는 한 가족만을 위한 연주를 경험할 수도 있다. 교회 앞뜰 ‘산티아고 순례길’은 깊은 묵상과 함께 자기 성찰의 영성세계를 열어준다. 100년도 더 된 종소리와 함께 ‘미술관이 있는 수목장’ ‘아포리로드’ ‘덫과 닻 그리고 돛’의 스토리 등 다양한 랜드아트를 경험할 수 있다. 앙코르웨딩, 유아세례, 야외결혼식 등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가족나들이에 제격이다.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도장리 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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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금산교회


▲전북 금산교회는 1905년 미국 선교사 루스 보이드 테이트가 당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여 남녀가 따로 앉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기역자(ㄱ) 교회’이다. 전통 한옥인 이 교회는 상량문에 성경구절이 적혀 있는데 남자 쪽은 한문으로, 여자 좌석은 한글로 써 있어 당시의 시대상을 알려준다. 실내에는 과거 교회의 모양이 그대로 보존돼 운치를 더한다. 오래된 종탑, 49개 건반의 구식 풍금, 옛 화폐 등 작은 박물관을 떠올리게 만들 정도다.
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금산리 290-1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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