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노숙자 범죄지역의 한인노인들

2016-05-06 (금) 09: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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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고단했고, 때론 행복했을 긴생의 황혼에 선 팔순의 한인노인은 아내와 함께 LA다운타운 노인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산책을 좋아했던 그는 4월 첫 토요일에도 한가롭게 집을 나섰다가 느닷없이 폭행을 당했다. 무방비상태의 노인은 길바닥에 쓰러진 채40대 노숙자의 주먹과 발길질에 속수무책 난타 당했다. 인근 업소 경비원이 달려와 노숙자를 제압하면서 병원으로 옮겨졌던 그는 9일 후 사망했다.

햇살 환한 오후 3시 큰 길에서 발생한 이 끔찍한 사건의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차에 치인 것도, 총에 맞은 것도 아니었다. 이유도 없이 맞아 죽은 것이다. 성실했던 한 사람의 삶이 너무나 부당하게 마무리 된 것은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하고,
시당국의 강력한 대책 없이는 누구에게나 아무 때나 재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 지역 노인들을 두렵게 한다.

사건 발생 한 달이 지난 이번 주 초, 고인이 거주하던 아파트의 주민친목회는 LA시의회로 보내는 공개서한을 작성했다. 이번 충격적 범죄로 인해 물리적·심리적으로 크게 고통당한 아파트 거주자들이 “앞으로도 기약 없이겪어야 할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호소하며 “흉악한 범죄의 재발을철저하게 봉쇄할 제도적 장치 마련”을촉구하는 내용이다.


이 아파트의 주민들은 해가 지면 집밖으로 나가기가 무섭다고 한다. 강도나 폭행 뿐 아니라 성범죄까지 겁내야한다. 인근 주차장과 모텔주변에 넘쳐나는 노숙자들이 두려워서다. 상당수가 마약중독자나 정신질환자라는 게 문제라고 주민친목회장 김수배 목사는 말한다. 이번 사건의 범인도 정신질환 노숙자로 알려졌다.

친목회는 주민의회를 통해 이 지역을 관할하는 호세 후이자 14지구 시의원을 통해 대책마련을 요청하는 한편, 공개서한에 커뮤니티 단체장들과한인들의 서명을 받아 LA시장과 시의회에 발송할 계획이다. 서명은 이미 받기 시작했다. 김회장 (213-509-8676)에게 연락하면 된다.

정신질환·마약중독 노숙자들을 노인아파트 주변에 방치하는 것은 자기방어력이 약해진 노인들을 우범지대 한복판에 유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입주자의 90%가 한인노인들이다.

두려움에 떨며 사는 그들은 우리의 부모님이다. 안전한 교외에 살고 있는 자녀들부터 서명 참여에 발 벗고 나서야한다. 어버이 날, 가정의 달을 맞아 해야 할 급선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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