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소설 표절” vs “허위사실 유포”

2016-04-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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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표절 유상성 없다” 제작사 손들어줘

▶ 최종림씨 항소 의지 밝혀 소송전 이어갈듯

“내 소설 표절” vs “허위사실 유포”

영화 암’ 살’의 최동훈 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주성 기자>

영화 '암살' 표절시비와 관련, 14일법원이 제작사의 손을 들어줬다.
"표절 유사성이 없다"며 소설 ‘코리안 메모리즈'의 작가 최종림씨가 최동훈 감독과 제작사 케이퍼필름, 배급사 쇼박스를 상대로 낸 10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내 소설 표절” vs “허위사실 유포”

영화‘암살’의 한장면.


지난해 8월 최씨가 낸 상영금지 가처분신청도 기각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소설과 영화 사이에 실질적인유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화가 소설에 의거해 작성됐는지 살필 필요 없이 영화 상영이 최씨의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날도 "소설과 영화를 비교했을때 추상적인 인물 유형 또는 사건 자체로서의 공통점은 인정되나 구체화된 표현 형식은 상당히 다른 점이 많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최씨가 항소 의지를 밝히면서 '암살' 제작사는 소송전을 이어가게 됐다.


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는 "지난 8개월간 힘들었다"며 “우리로서는 소설을 보지도 않았고 사건 이후 소설을읽었지만 왜 표절이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유사성이 없으며, 법적으로 유사성이 없다고 판결이 났는데도 항소를 한다니 납득하기 힘들지만 지켜봐야 한다"며 다소 지친 기색을 보였다. 원래 작년 12월께 선고가 예정됐으나 원고가 해외여행 등을 이유로 재판을 연기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항일운동과 관련해 역사적 인물 김구라든지, 여성독립가의 존재는 역사적 사실로 특정 창작자의 소유가 아니다. '암살'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최동훈 감독의 순수 창작물로서 법률가가 아닌 일반인의 관점에서 봐도영화 ‘암살'과 최씨의 소설 사이에 유사성이 없다. 영화의 주인공인 여성저격수도 소설에서는 여러 남성 독립운동가들 중 홍일점으로 극중 사랑으로 갈등하며 총을 한 번 쏠 뿐인데 유사성을 주장했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가 속속나오고 있으나 '암살' 이전만 해도 이 시기를 다룬 영화는 시대극의특성상 제작비가 높은데 고증에 제한이 따른다는 점에서 선뜻 시도되지 못했다. 하지만 '암살' 흥행 성공이후 1930~40년대를 다룬 영화가 늘고 있다.

안 대표는 "항일운동 소재 영화는 왜곡도 힘들고 대중성도 갖춰야 해서 '암살'은 긴 시간에 걸쳐 자료조사하며 조심스레 준비한 작품이었다"며 "소설이건 영화건 어떤 창작물이건 존중받고 존경받아야 하는데 영화라는 매체가 좀 더 대중적이라는 이유로 공격받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암살'과 관련한 형사소송도 진행중이다. 최씨가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및 1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이후 제작사와 감독이 최씨를 명예훼손 및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안 대표는 형사소송의 이유로 "작가가 재출간한 문제의 소설 후기에 '암살'이 표절이라고 적시해놨다.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전에 그렇게 적어놨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그게 진실로 오독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아야 했다"며 "작가와 출판사에 삭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허위사실유포로 형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개봉에 맞춰 소설이 재출간되고, 관객이 주목받는 시점에 표절시비가 제기됐다. 쉽게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면서 상처를 받았다. 정확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판단,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도 판매 중인 이소설의 판매금지 가처분신청도 고려했으나 허위사실로 결론이 나야 가능했다.

한편 '코리안 메모리즈'는 최씨가2003년 낸 장편소설로 절판됐다가 2015년 8월4일 재출간됐다. 최씨 측은 "'코리안 메모리즈'는 영화 시나리오 목적으로 집필된 소설로 최근 5년 동안 영화 제작사, 드라마 작가 등에게 배포됐다"며 "여성 암살조 등 내용이 유사한 영화 ‘암살'은 이 시나리오를 이용해 제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진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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