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한미군등 ‘안보 지렛대’ 꺼내든 트럼프…더 거세진 파병 압박

2026-03-16 (월) 07: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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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무즈 군함 파견’ 사흘째 요구 노골화…英·佛 정상은 직접 거명

▶ 파병 필요한 논리로 ‘중동 원유 의존’에 이어 ‘美 안보 지원’ 거론
▶ 미군주둔 韓·日은 압박감 더 커질 듯…미군감축·관세카드까지 거론될지도 관심

주한미군등 ‘안보 지렛대’ 꺼내든 트럼프…더 거세진 파병 압박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대한 호르무즈 해협 파병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대(對)이란 전쟁 와중에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에 의해 사실상 봉쇄되고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미국 내에서조차 정치적·경제적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이자 다른 나라들에 더욱 적나라하게 손을 벌리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등을 보호해 달라면서 동맹국에 군함 파병을 요구한 건 지난 14일이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함께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을 지목하면서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

이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라건대'(Hopefully)라는 표현을 쓰면서 해협 봉쇄로 인해 원유 수급에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주길 정중하게 요청하는 듯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 압박은 날이 갈수록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그는 15일에는 2곳이 더 늘어난 7개국에 군함 파견을 요구했으며, 이들 가운데 "긍정적 반응을 보인 국가도 있고, 관여하기를 꺼리는 국가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원받든 받지 않든, 우리는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다"라며 경고성 메시지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정도는 16일 더욱 강경해지고 노골적으로 발전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중동에 원유 수급을 상당 부분 의존하는 국가들이 스스로 공급로를 안전하게 확보하길 촉구했다면, 이날은 미국이 그간 각국에 제공해온 '안보 우산'을 빌미로 삼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문답하는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국가별 원유 수급량을 "일본은 95%, 중국은 90%를 들여오고, 여러 유럽 국가도 상당한 양을 수입한다. 한국은 35%를 들여온다"고 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일본에 4만5천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한국에도 4만5천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 독일에도 4만5천에서 5만명의 병력을 두고 있다"고 했다.

현재 2만8천500명 수준인 주한미군 병력을 크게 부풀린 데다 주일미군이나 주독미군 숫자도 사실과 달랐지만,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각국의 원유 의존도를 파병 정당화 논리로 내세운 전날까지의 태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들은 우리에게 감사할 뿐 아니라, 우리를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 정상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서방 최대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회원국 가운데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만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스타머 총리의 경우 그가 파병 요청을 한 자신에게 "내 팀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면서 총리로서 바로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에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국에 자국 안보를 상당 부분 의존해 온 한국과 일본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 언급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은 중동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가 에너지 안보 위기에 놓인 데다 국방 측면에서 핵무기로 무장한 북한을 머리에 이고 있으면서 주한미군의 대북 억지력에 도움을 받고 있다.

가진 지렛대는 최대한 이용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한국의 상황을 십분 활용해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와 2024년 대선 과정에서 심심찮게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공공연히 거론한 바 있는데, 이번에 한국으로부터 기대한 답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주한미군 감축 등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조현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장기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제와 국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국가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미국이 매우 점잖은 외교적 수사로 한국의 '협력'을 요청한 것인데, 이는 미국이 공식적인 파병 요구 절차를 밟은 것으로도 읽힌다.

미국은 일본에 대해선 루비오 장관이 이날 일본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도 통화했고, 이에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전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과 전화로 중동 상황을 논의했다.

일본 외무성은 루비오 장관이 군함 파견을 따로 요청하지 않았다고 했으며, 방위성 역시 중동 정세가 주일미군 태세에 변경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헤그세스 장관이 밝혔다고 전했지만, 조만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방미 및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일본도 만만찮은 압박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적인 파병 압박 수단으로 '관세'를 활용할 지도 주목된다.

각국의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원유 수송 의존도에 이어 미국의 안보 도움 수혜를 압박 카드로 활용한 그가 집권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외국과의 무역 협상뿐 아니라 외교나 안보 등 다른 분야에서도 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가 미 연방 대법원에서 지난달 위법 판결이 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무기화' 동력은 상당부분 약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을 상대로 관세 부과 사전 절차인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한 바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다음 압박 카드로 꺼내 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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