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필 연주 ‘카르미나 부라나’ 베토벤 프로젝트 감동적 서울시향 정명훈 감독 사퇴

진은숙 오페라‘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올해 감상한 가장 독창적인 공연이었다.
올해 최고의 연주회로는 7월 할리웃보울에서 구스타보 두다멜 지휘의 LA 필하모닉과 LA 매스터코랄이 연주했던 ‘카르미나 부라나’를 꼽겠다.
또한 두다멜이 이번 2015~16시즌 오픈과 함께 도전한 ‘베토벤 페스트’에서의 교향곡 5번은 지금까지 수없이 들었던 ‘운명’의 모든 것을 압도하는 절대적인 감동을 선사했다. 베토벤 프로젝트를 통해 평소 라이브로 듣기 힘들었던 심포니 1번, 2번, 4번, 8번을 연이어 들을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다.
피아니스트 유자 왕은 7월 할리웃보울에서 프로코피에프 2번 협주곡을, 11월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모차르트 협주곡 9번을 연주했는데 섬세하고 찬란하고 완벽하며 매혹적인 그녀의 연주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피아니즘의 축제요 성찬이라고 칭찬해도 모자람이 없다.
반면 중국에서 유자 왕만큼이나 스타 피아니스트인 윤디는 무척이나 기대했던 할리웃보울 데뷔 무대에서 어찌나 긴장하고 버벅대던지 보기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는 얼마 전 한국 공연에서도 실수를 연발해 오케스트라 연주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2월에 열린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가장 특별했던 공연으로 기억된다. 경이와 환상, 마법과 다크 유머가 비빔밥처럼 맛있게 뒤섞인 한편의 잔칫상이었다. 진은숙의 재능과 음악세계는 요술주머니와 같아서 그 특이함의 깊이와 넓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무한대로 확장되는 독창적인 표현으로 현대 음악계를 사로잡고 있다.
LA 오페라가 올해 상반기 공연했던 ‘피가로 3부작’, 그 중에서도 ‘베르사이유의 유령들’ 초연이 인상적이었고, 이번 시즌 더블빌 개막작 ‘잔니 스키키’와 ‘팔리아치’에서 보여준 플라시도 도밍고의 활약은 오페라 역사에 남을 명연이었다고 본다.
한편 LA 매스터코랄이 LA 체임버 콰이어와 초연한 작곡가 백낙금의 신곡 ‘계승’은 주류 합창단과 한인 합창단이 합작으로 오랫동안 준비한 뜻 깊은 공연이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 단원으로 활동하는 실내악 앙상블 ‘카메라타 퍼시피카’가 25주년 시즌 폐막작으로 공연한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전곡 역시 잊을 수 없는 연주회였다.
대니얼 석 지휘자가 이끄는 드림 오케스트라가 샌타모니카 성당을 홈으로 첫 정기시즌을 시작함으로써 주류 음악계 진출한 것도 대단한 진일보로 축하할 일이고, 김용제 박사가 팔순을 맞아 열었던 음악회는 올 한해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웠던 시간이었다.
한편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미주 순회공연을 전격 취소한 일은 한인 음악팬들과 주류 음악계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긴 실망스런 사건이었다. 1년 전 박현정 전 대표가 막말·성추행 혐의로 사퇴한 후 진흙탕 분규를 빚어온 서울시향은 29일 정명훈 예술감독이 완전 사의를 밝힘으로써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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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