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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코쿠 나오시마, 골목마다 예술로 채색된 섬마을

2015-12-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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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코쿠 나오시마, 골목마다 예술로 채색된 섬마을

혼무라 지구의 어촌풍경.

우리 땅에도 이런 섬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좁고 오래된 시골마을에 들어서면 한 편의예술작품과 조우하는 섬 말이다. 시코쿠 가가와현 세토내해의 나오시마는 ‘예술의 섬’이다. 오래된 빈집에 미술가들은 정성이 깃든 현대작품을 꾸몄고, 건축미가 도드라진 미술관들은 바다와 맞닿아 있다.

다카마츠항을 벗어나니 정신이 아득하다. 한여행 잡지(콩드 나스트 트래블러)에서 나오시마를 ‘꼭 가볼만한 세계 7대 명소’로 선정했다는 소문부터가 달콤하다. 유람선 갑판 위에는가로등과 벤치가 놓여 있고, 섬으로 향하는 청춘들은 날 선 바람에도 대부분 달뜬 얼굴이다.

웬만한 가이드북에도 나오지 않던 섬마을은10여년 만에 가가와현의 새로운 명물이 됐다.


섬 속의 예술작품을 만나기 위한 여행에도 훈풍이 불었다.
일본 시코쿠 나오시마, 골목마다 예술로 채색된 섬마을

현대작품으로 재구성된 목욕탕.


▶ 폐허의 섬에‘ 미’의 온기가 깃들다

멀리 외관으로만 보여지는 섬은 평범하다. 바다를 지나며 스쳐간 세토내해의 섬과 다를 바없고 오히려 높은 굴뚝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나오시마는 한때 구리 제련소가 있던 섬.

90년대까지만 해도 외면됐던 폐허의 땅에한 기업가와 건축가의 손길이 닿으면서 변신은시작된다. 1989년부터 시작된 재생 프로젝트는아직도 현재진행형이고, 여의도만한 섬에는 한해 3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나오시마 미야노무라 포구에 닿으면‘ 예술의섬’의 흔적은 도드라진다. 사진 속에서 봤던 야요이 구사마의 붉은‘ 호박’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순환버스에 오르거나 자전거를 빌려 섬 깊숙이 들어서면 평범했던 섬은 숨겨진 속살을드러내기 시작한다.

포구 반대쪽 혼무라 지구에서는 섬마을과 예술이 어떻게 공존하는가를 보여준다. 섬 안의기교 넘치는 미술관들 보다 이곳의 가옥들은나오시마의 가치를 더욱 살갑게 덧칠한다. 삼나무를 태워 담장을 세운 갈색 골목길은 미로처럼 이어져 있다.

100년이 넘은 오래된 빈 집과 염전창고 등이복원돼 현대미술작품이 녹아들었다. ‘이에 프로젝트’로 불리는 아트하우스 프로젝트는 단순히 예술가의 손길만 깃든 것은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직접 작품에 참여해 숨결을 불어 넣었다. 작품에서 만나는 숫자 하나, 공간 하나에도섬마을의 자취와 예술을 엮으려는 노력은 스며있다. 언뜻보면 이질적인 현대작품들은 이미 어촌마을의 일부가 됐다.


신사를 개조한 ‘미나미데라’는 그중 단연 돋보인다‘. 빛의 작가’ 제임스 터넬의 솜씨가 발현된 작품으로 허름한 외관의 내부에 들어서면아득해지는 공간과 빛의 세계를 몸소 체험할수 있다. 7개의 아트하우스를 둘러보는 티켓(긴자는 별도)이 1000엔. 여행자들은 천천히 마을길을 거닐거나 자전거를 빌려 골목을 누빈다.

아기자기한 골목에는 담장 낮은 가게와 민박집도 들어서 있다. 골목을 벗어나면 작은 부두로 연결된다.
일본 시코쿠 나오시마, 골목마다 예술로 채색된 섬마을

예술작품이 어우러진 혼무라지구.


▶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베네세하우스와 지중미술관을 건립하며 섬에 현대예술의이정표를 찍었다.

나오시마 재생 프로젝트의 커다란 산물인베네세 하우스는 바다를 안고 고즈넉한 해변에 위치해 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숙소,미술관, 레스토랑은 다소 이국적인 자취로 섬을 단장한다.

건물 안팎과 해변가에는 앤디 워홀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들로 채워져 있다.

2004년 설립된 지중 미술관은 독특한 형태가 눈길을 끈다. 웅대한 외관이 아닌 땅 속에둥지를 튼 미술관은 그 자체가 훌륭한 작품이다. 모네,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는데 빛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모습이 현란하다.

자연광에 노출된 작품들은 시간과 계절에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작품 하나하나를 위해 설계된 미술관은 작품 수는 적어도 큰 잔영으로 기억을 채운다.

포구로 돌아가는 길에도 눈은 쉴 틈이 없다.

미야노무라 포구 앞 목욕탕 역시 실제 공중목욕탕을 개조해 독특한 디자인으로 꾸며졌다. 일본 각지의 물품들이 벽을 채운 재미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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