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두 공개·모두 참여 ‘신본적 민주주의’ 지향”

2015-12-10 (목)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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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991년 창립 1,200여명 출석 담임목사 모든 기득권 포기

▶ “내년 자발적 재신임 통과 땐 생활 속에 영적교회 세울 것”

“모두 공개·모두 참여 ‘신본적 민주주의’ 지향”

송병주 목사는 성장에만 치중해 온 기독교가 세상을 섬길 때라고 말했다.

“모두 공개·모두 참여 ‘신본적 민주주의’ 지향”

선한청지기교회가 여는 교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치고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모두 공개·모두 참여 ‘신본적 민주주의’ 지향”

커피브레이크 모임에 참석한 여성 교인들이 함께 찬양하고 있다.



인생을 마치는 순간 손에 쥐고 갈 것이라곤 없다. 빈손으로 왔듯이 빈손으로 갈 수밖에 없다. 모든 게 잠깐 맡겨진 것이고, 인생은 청지기의 삶이 된다. 사는 동안 주어진 사람과 돈, 육신과 영혼을 착하게 대하고 선하게 다뤄야 한다. 유한하게 살다 무소유로 떠나는 과정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선한청지기교회는 어렵고 부담되는 교회 이름을 갖고 있다. 선한 청지기로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맡겨진것을 잘 관리하고 나아가 성장시키는 게 청지기의 사명이다. 그럼에도 청지기에는 소유권이 허락되지 않는다. 항상 부족하다고난리치고 더 갖기 위해선 죄책감도 없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강퍅한 세상이다. 교인들 보고 그리고 세상을 향해 오너십을 버리고 선한 청지기로 살자고 주문한다는 자체가 도전이다.



지난 1991년 창립된 선한청지기교회는 현재 1,200명이 출석하고 있다. 교회를 개척한 송광률 전임 목사는 은퇴하기 전까지 남가주 지역에서 가장 존경받는참 목회자로 손꼽혔다. 이르지 않은 나이에 목회의 길에 들어섰지만 인격적 목회와 성실한 사역은 지금도회자될 정도다. 현재는 후임 목사를 위해 교회를 떠나해외 사역에 헌신하고 있다.

송병주 담임목사는 내년 3월 교인들의 재신임을 받아야 한다. 지난 2009년 부임할 당시 송 목사 스스로제안한 것이다. 6년 동안은 서로 믿고 뭉쳐 나아가되7년째 되는 해에는 자신을 재신임 투표에 부치겠다고약속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로서 정체성을 한층 갈고 닦기 위한 다짐이자 아집과 독선을 차단하기 위한 자기결단이다. 송 목사는 내년 3월부터 7월까지 안식월을떠나고 그 동안 성도는 담임목사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가질 예정이다.

“부임하고 3년이 됐을 때 장로님들이 자발적으로 임기제를 갖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장로님들에게 7년 단임제와 65세 연령 상한제가 병행되고 있습니다.

당초에는 장로님들도 재신임을 받겠다고 제안하셨지만‘ 그건 아니다’고 말렸습니다. 전임 목사님에게서 흘러나온 기득권의 포기가 현재로 이어지고 장로님들도동참하신 겁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선한청지기교회는 재정의 투명성과 목회 분리원칙을 철저하게 시행하고 있다. 담임목사는 교인 각자의헌금 액수를 전혀 모른다. 새 가족반에서는 으레“ 목사가 진짜 안 보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그러면 담당장로는 “1만달러를 헌금해도 목사님에게서 감사전화를받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시켜 준다.

담임목사는 소액의 특별 구제기금을 써야 할 때도이메일이나 카톡을 통해 담당자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으로 남긴다. 미리 정해진 예산내역에 따라 영수증없이는 교회 돈 한 푼도 목사가 마음대로 쓸 수 없다.

선한청지기교회는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교회다. 교회 운영과 성도의 참여과정에서 대의민주주의가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목사이든, 당회이든, 몇몇 사람이 좌지우지 하는 해악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있다.


각 부서의 장로도 먼저 집사들과 회의를 거쳐야만 당회에 안건을 올릴 수 있다. 담임목사 역시 당회장이 아니라 당회 의장으로서 회의를 진행할 뿐이다. 당회는‘신본적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곳이라는 공통 인식을갖고 있다.

예산책정 과정도 마찬가지다. 담임목사는 부목사들과 9월에 다음해 계획을 짜고 10월 내내 4주간 정책당회를 갖고 내용을 검토한다. 그리고 다시 11월 한 달 동안 예산당회를 열어 예산 규모와 사용처를 조정한다.

재정뿐 아니라 의사결정 과정도 투명해야 한다고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개와 참여’는 선한청지기교회가 늘 강조하는 주제다. 전 교인이 동참해 논의하는 게 공동체가 하나님의 뜻을 함께 찾아가는 길이된다는 것이다.

“인본주의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는 노력입니다. 민주주의가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본주의를 구현하는데 가장 가까운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담임목사나당회의 결정을 당연하게 하나님의 뜻으로 여겨서는안 되니까요. 담임목사에게 순종하는 신앙생활을 배우지 말고 교회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해야 합니다.”송 목사는 재신임을 통과하고 나면 교회가‘ 생활 속으로 들어가는 공동체’가 되도록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나 비즈니스, 학교 등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영적 교회를 세워나가자는 비전이다. 이 역시 담임목사의 하향식 리드가 아니라 교인들의 은사에 따른 자발적 참여로 진행할 예정이다.

“결국 사람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아무리 제도가 훌륭해도 실행은 사람에게 달렸으니까요. 교회들이 교인을 위한 서비스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게 솔직한현실입니다. 이제는 세상 속으로 나가 섬기는 복음 공동체가 돼야 합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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