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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으로 소수인종 차별 극복”

2015-11-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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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왕과 나’ 주연 한인 배우 훈 리

“노력으로 소수인종 차별 극복”

뮤지컬 ‘왕과 나’에서 시암(태국) 국왕 역을 맡은 훈 리(가운데)가 같이 출연중인 애슐리 박(오른쪽), 루디 안 마일스와 함께 브로드웨이 생활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왕과 나(The King and I)'에서 주연을 맡은 한국계 배우가 인기를 끌고 있다.

미네소타에서 태어난 한인 2세 훈 리(42)는 올해 7월부터 맨해튼 링컨센터에서 공연 중인 '왕과 나'에서 태국의 옛 이름인 시암(Siam)의 국왕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다.

이 뮤지컬은 시암 왕실의 왕자들을 위해 초청된 영국인 가정교사와 시암 국왕이 문화 및 관습의 차이를 극복해 가면서 관계를 개선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전 뮤지컬에서는 1985년에 숨진 율 브린너가 시암 국왕을 맡아 브로드웨이를 달궜으며 'Shall we dance?', 'Getting to know you' 등의 노래도 유명하다.


새로 시작한 '왕과 나'는 '신데렐라'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을 제작했던 '로저스 앤 해머스타인(Rogers & Hammerstein)'이 만들었으며 훈 리는 율 브린너가 맡았던 시암의 국왕 역을 하고 있다.

머리를 삭발하고 태국의 전통 복장으로 분장한 그는 위엄 있는 목소리와 강한 영국식 악센트로 '완고한' 왕의 역할을 소화하면서도 중간 중간에 익살스러운 대사와 연기로 관객을 웃음 도가니로 몰아넣기도 했다.

이민 온 부모 밑에서 태어나 보스턴 인근에서 성장했지만 한국말을 하지도 못하고 알아듣지도 못한다는 그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나온 것이 네 번째"라면서 "뮤지컬 배우가 된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정보통신(IT) 관련 일을 했던 부모는 대부분의 한국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들이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를 원했다. 그는 "뮤지컬 배우를 하게 되기까지는 힘든 여행이었다"고 회상했다.

뮤지컬 배우가 된 이후에도 브로드웨이에서 살아남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상황이 개선됐지만 소수인종이라는 사실도 이 바닥에서 극복해야 할 숙제였다고.
그는 "다른 배우보다 더 많이 연습하고 더 노력하는 것으로 극복해 나갔다"면서 "이런 노력이 나를 더 좋은 배우로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브로드웨이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는 명확한 목표를 가질 것을 당부했다. 뮤지컬이 좋다는 이유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해 보겠다는 욕심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으며 왜 뮤지컬배우를 희망하는지를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브로드웨이 생활을 "매우 힘들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화려하지 않다"고 평가하면서 "그럼에도 뮤지컬 배우가 되고자 하는 한국 젊은이가 있다면 영어를 열심히 하라"고 주문했다.

대본이 영어로 돼 있을 뿐 아니라 감독 및 동료 배우들과 소통하고 이해하려면 영어를 완벽하게 하지 않고서는 힘들다고 그는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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