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인 돈만 215여 억 위안. 미 달러화로 환산하면 35억 달러를 크게 웃돈다. 북경올림픽 때 보다 훨씬 많은 경비가 소요된 것이다. 수 백 명의 인권변호사들을 검거하는 등 계엄 상태를 방불케 하는 철통보안조치와 함께 치러진 전승절 70주년 열병식. 그 잔치는 일단 끝났다.
이를 통해 각인된 것은 중국의 군사굴기다. 인민해방군(PLA) 장병들의 정연한 대오. 신무기의 위용. 중국은 말 그대로 군사적으로 우뚝 섰음을 전 세계에 과시한 것이다.
PLA, 인민해방군은 그러면 상승(常勝)의 강군(强軍)으로 진정 거듭난 것일까. 그리고 그 첨단무기는 어디를 겨누고 있는 것일까. 새삼 제기되는 질문들이다.
“중국은 군사강국임을 확신시켜주기 위해 최근 수년간 그 선전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프로페셔널한 군(軍)이 없는 나라다.“ 디플로매트지가 일찍이 내린 분석이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다. 일본, 한국, 타이완 등 아시아의 군사 강국들의 군은 국가와 국민수호를 위해 전투에만 몰입하도록 훈련된 프로페셔널 군사집단이다. PLA는 그게 아니라는 거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군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중국 공산당수호를 위한 무력집단이다. 중국공산당의 한 부속기관으로 대부분의 군 간부들은 공산당원이다. 그리고 중대 이상의 군부대에 반드시 배속돼 있는 게 정치장교다.
그러니까 군사전문가 보다는 정치장교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게 PLA다. 그리고 장병들은 중국헌법이나 국민에 충성서약을 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공산당이다.
‘훈련 시 많은 피를 흘릴수록 전투 시 적은 피를 흘린다’-. 미군의 좌우명이다. 인민해방군은 이와 정반대다. 전투훈련에만 몰입하는 군은 정치사상 주입을 소홀히 할 수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적(enemy)들로부터 공산당 지도자 수호가 ‘넘버 1 사명’임을 잊는 수가 있다는 거다.
공산당의 적은 반드시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일 수도 있고 종교그룹일 수도 있다. 1989년 한 때 PLA는 공산당의 적이 누구인지 잊었었다. 그 악몽을 중국공산당은 결코 잊지 않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PLA 장교들의 일상 업무에서 빠지지 않는 게 정치과업이다. 군 간부 업무시간의 30~40%를 모택동사상 학습 등 정치과업이 차지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하드웨어에서 열세다. 지나친 정치화로 소프트웨어, 다시 말해 훈련 도에서도 떨어진다.
거기다가 부패했다. 그 인민해방군의 전투력을 랜드연구소는 아주 낮게 보고 있다. 일본 자위대는 물론이고 타이완 군과의 전투에서도 패할 수밖에 없는 수준으로 평가한다.
인민해방군의 총 끝은 어디를 겨냥하고 있나. “PLA는 중장기적으로 두 가지 목표를 지니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중국 인근, 특히 타이완, 남중국해, 동중국해 그리고 인도와의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적 분쟁에 대비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시아 전체 지역에서 중국의 이해를 지킬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미국방부정보국(DIA)연구원 로니 헤인리의 지적이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는 물론이고 황해를 마주하고 있는 한반도까지 그 가상 타격목표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약하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PLA에 내려지는 또 다른 진단이다. 6.25이후 실전경험이 거의 없다. 이처럼 실전경험이 없는 군 간부일수록 더 호전적이기 쉽다. 전쟁의 참상을 맛보지 못한데서 온 만용이라고 할까. 오늘날 인민해방군에서 비둘기파를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는 거다.
거기에 한 가지 위험요소가 더 첨가된다. 중국공산당은 정통성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가 요동치면서 ‘경제 번영을 대가로 한 공산당 통치인정의 묵계’가 흔들리고 있다. 사회적, 정치적 불안정성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이 정황에서 중국공산당 지도자들은 통치기반을 다지기 위해 공격적인 안보정책을 취할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는 거다.
반대 방향의 극단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제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국내불안이 가중된다. 그 경우 군현대화는 올 스톱이다. 체제유지, 국내안보 최우선으로 군의 임무가 바뀔 수도 있다. 인민해방군의 총 끝은 중국 인민을 향할 수도 있다는 것이 미 국방부 중국군사분석관 대니얼 기어린의 진단이다.
인민해방군 이야기는 그렇다고 치고, 사상최대의 열병식이 보여준 또 다른 진실은 무엇일까. “중국은 정치적으로 극히 허약하다는 사실이다.” 위크지의 진단이다.
대대적인 인권탄압 가운데 열병식이 치러졌다. 그리고 그 잔치에 온 손님들의 면면이 그렇다. 서방의 주요국가 지도자는 한 명도 없다. 전범으로 수배된 수단대통령. ‘~스탄’으로 불리는 중앙아시아의 독재자들. 짐바브웨,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쿠바 부통령. 그리고 러시아의 푸틴. 국제사회의 기피인물들이 VIP 게스트로 총 출동한 모양새다.
‘G2’로 불린다. 그 중국이 과연 우방다운 우방이 있는지 위크지는 묻고 있는 것이다.
그 파티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갔다. 그리고 시진핑, 푸틴과 나란히 섰다. 그 광경이 전 세계에 중계됐다. 그 모습이 어떻게 비쳐졌을까. 도대체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