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별 헤는 밤’

2015-08-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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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여름이 한창이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쬔다. 땀을 많이 흘리니 지친다. 높은 불쾌지수가 스트레스도 부른다. 그 틈새를 비집고 짙은 녹색 초원이 오라한다. 울창한 숲과 계곡이 손짓한다. 푸른 파도가 넘실되는 바다가 신호를 보낸다. 그들의 유혹에 빠져든다. 가족들과 여름휴가에 나선 이유다. 장소는 메인 아카디아 국립공원으로. 아침 해돋이도 좋겠지만 밤하늘의 별을 보고 싶어서다.

별을 제대로 보려고 밤하늘 공부를 한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여름철 별자리 찾는 법과 별자리 전설을 찾아 나섰다. 덕분에 아이들에게 멋진 아빠가 될 수 있는 좋은 정보를 얻었다.


여름철은 별을 관찰하기 좋은 계절이란다. 사실 별을 관찰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겨울이다. 하지만 두꺼운 옷 속에 얼굴을 파묻어야하니 별을 볼 틈이 없다. 그래서 밤에 외출하기 좋은 여름이 최고다. 가장 밝은 별인 1등성도 겨울 다음으로 많이 볼 수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는 각각 밤하늘을 대표하는 대삼각형이 있다고 한다. 하늘에서 가장 빛나는 별3개가 이루는 대삼각형이다. 그것은 별을 찾는 기준이다. 별을 찾기 전에 별모양과 별의 전설을 알아두면 별자리 찾기가 훨씬 쉬워진다고 한다.

여름의 대삼각형은 거문고자리의 베가(Vega),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Altair), 백조자리의 데네브(Deneb)로 이루어진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베가와 알타이르는 우리도 잘 알고 있는 ‘견우와 직녀’ 설화의 주인공인 직녀성과 견우성이다. 직녀성은 여름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길잡이 별인 것이다.

여름철 대표적인 별자리인 거문고자리는 하프자리라고도 한다. 이 별자리는 헤르메스가 거북껍질과 소의 창자로 만들어서 아폴론에게 선물한 하프모양이다. 아폴론은 이 하프를 음악천재인 아들 오르페우스에게 주었다.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던 아내 에우리디케를 잃고 슬픔으로 방황하다 숨졌다. 주인 잃은 하프에서는 슬프고 아름다운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 감동한 제우스신이 하프를 하늘에 올려 별자리로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하프자리에는 여름철 별자리를 찾는 길잡인 직녀성이 있다.

독수리자리는 견우성이 있는 별자리이다. 미소년 가니메데를 트로이 언덕에서 납치하여 하늘로 데리고 간 공로로 별자리가 됐다, 이 독수리는 제우스가 변신한 모습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늘로 납치된 가니메데는 신들의 사랑을 받으며 청춘의 여신 헤베를 대신해 신들에게 술을 따르는 일을 했다고 한다. 독수리자리 동쪽에 있는 물병자리가 바로 술을 따르고 있는 가니메데의 모습이라고 하는 이유다.

직녀성의 동쪽으로 밝은 별들이 커다란 십자가 모양으로 놓여 있는 것이 백조자리다. 제우스가 고니로 변신해 스파르타의 왕비 레다를 만나던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만든 별자리로 전해지고 있다. 제우스는 아내인 헤라 여신의 눈을 피하려고 고니의 몸을 빌려서 올림포스 산을 빠져 나왔다고 하네요. 백조자리의 꼬리 쪽에 밝게 빛나는 별이 바로 데네브이다.

이외 여름철 대표적인 별자리로는 전갈자리, 헤라클레스자리, 뱀주인자리와 사수자리 등도 있다. 이에 대한 전설은 별자리 지도를 보면서 스스로 익히는 것이 좋을 듯하다. 결국, 여름 밤하늘의 1등성인 베가(Vega), 알타이르(Altair), 데네브(Deneb) 등만 찾으면 나머지 별들의 위치도 가늠하여 보다 쉽게 별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덧 8월도 다 가고 있다. 여름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 자녀와 함께 하늘을 올려보며 별 헤는 밤을 보내보면 어떨까. 도심을 벗어난 깜깜한 밤하늘이면 더 좋겠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뒤뜰이나 가까운 공원도 괜찮다. 자녀와 함께 별을 세고 자녀에게 별자리의 전설을 이야기해 줄 수만 있으면 된다. 아이들이 별을 본다는 것은 희망을 보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러니 자녀들이 밤하늘의 별을 보며 희망을 가지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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