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둑 같은 인생!

2015-08-2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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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객원논설위원)

군대 있을 때에 바둑을 배웠다. 군 상관(당시 대령)이 전방에서 가족 없이 지낼 때에 숙소 당번병(일종의 비서)이었는데 상관은 저녁을 먹은 후엔 불러서 바둑을 가르쳐 주었다. 당시 상관은 1급 정도의 실력이었든 것 같다. 그는, 바둑은 군 지휘관들이 반드시 익혀야 한다며 이유는 바둑엔 모든 작전과 병법이 들어있다고 했다.

군에서 제대한지 42년이 됐다. 군에서 사병이었던 당시, 상관으로부터 배워두었던 바둑을 제대 후에도 두었다. 지금도 가끔 친구와 친교 바둑을 두곤 한다. 그리고 인터넷바둑을 두면서 병법과 작전이 아닌 인생에 대한 교훈을 얻는다. 골프를 치면서 인생을 배운다는데 바둑 안에도 인생의 길과 같은 요소가 많이 들어있음을 본다.


바둑의 기원은 4,000여 년 전으로 올라간다. 중국 요(堯)임금이 아들 단주(丹朱)가 멍청하여 그의 머리를 개발시켜 주려고 창안해 가르친 게 시작으로 한국엔 고구려의 승려 도림(道林)이 백제의 개로왕과 바둑을 두었다고 <삼국유사>에 전해지고 있다. 일설엔 백제문화가 일본에 건너갈 때 바둑도 함께 건너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바둑을 잘 두려면 바둑의 십계라고 부르는 위기십결(圍碁十訣)을 잘 터득해 두어야 승리한다. 생을 승리로 이끄는 비결이 이 위기십결 안에 들어있음에 바둑을 인생의 길과도 비교하곤 한다. 위기십결이란 1.탐부득승(貪不得勝):욕심을 부려서는 이기지 못한다. 2.입계의완(入界宜緩):적의 세력권에 들어갈 때는 깊이 들어가지 마라.

3.공피고아(功彼顧我):적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보라. 4.기자쟁선(棄子爭先):돌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선수를 잡아라. 5.사소취대(捨小取大):소(小)를 버리고 대(大)를 취하라. 6.봉위수기:위험을 만나면 모름지기 버려라. 7.신물경속(愼勿輕速):빨리 두지 마라. 8.동수상응:상대가 움직이면 움직이고 멈추면 같이 멈추어라.

9.피강자보(彼强自保):상대가 강하면 내 말이 갈라지지 않게 하라. 10.세고취화(勢孤取和):세(勢)가 외로우면 화평을 취하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바둑에서 놓아지는 위기십결을 잘 활용하여 처세하고 살아간다면 생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비결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바둑을 두면서도, 인생을 살면서도 자꾸 잊어버리니 탈이다.

지난달 한국에선 한국기원 주최로 전설들의 반상 대결이 있었다. 조훈현9단(한국)과 조치훈9단(일본)이다. 1980년대와 90년대, 세계 바둑계를 주름잡았던 이들의 대국은 조치훈9단이 시간패로 아깝게 지고 말았다. 바둑도 상금이 무척 많은 게임이기에 선수들은 심혈을 다해 바둑에 임한다. 큰 상금은 100만 달러에 가까운 게 있다.

중국 장쑤헝캉 가구회사 주최의 ‘Mlily 몽백합 이세돌(한국)vs구리(중국) 10번기(十番棋)’다. 2014년 1월26일부터 시작된 대결에서 이세돌이 9월28일 제8국까지 두어 6대2로 이겼다. 이세돌은 상금 500만 위안(한화 8억5,000만원)을 받았고 구리는 20만 위안 밖에 못 받았다. 이세돌과 구리는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바둑은 9줄,13줄, 15줄 그리고 19줄 바둑이 있다. 보통 두어지는 바둑은 19줄에 361집이 있다. 집을 많이 차지하는 선수가 승리자다. 흑과 백으로 나누어 두는 바둑에서 흑이 선을 잡는데 동수의 실력일 때엔 흑이 덤으로 5집반에서 6집반을 내어주고 두게 된다. 바둑은 계산을 정확히 하며 두어야 하기에 치매예방에 아주 좋단다.

욕심금물의 바둑, 상대방을 알아야 하는 바둑, 계산이 정확해야 하는 바둑, 여유를 가져야 하는 바둑, 화평을 도모할 줄 알아야 하는 바둑, 소탐대실(小貪大失)을 가르쳐 주는 바둑, 나를 먼저 바로 알아야 하는 바둑 등등. 바둑을 지고 나서 회고하면 반드시 위기십결에 걸려 패했음을 알게 된다. 인생 같은 바둑, 바둑 같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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