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금부터 시작”

2015-08-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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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1992년 나온 ‘원초적 본능’(Basic Instinct)이란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살인 혐의로 경찰 취조실 의자에 앉은 샤론 스톤(캐서린 트러멜 역)이 도도한 표정으로 꼬고 있던 다리를 바꾸는 순간, 그녀는 단숨에 전 세계 남성들의 로망이 되었다.

또렷한 이목구비에 금발, 늘씬한 몸매의 그녀는 얼음송곳으로 정사 중인 남성을 살해하는, 가장 섹시한 연쇄살인범으로 연기하여 아카데미상에 추천되었고 이후 영화 ‘시카고’로 골든 글로브상 드라마 여우주연상, 2004년에는 에미상을 수상했다.


그런데 한동안 샤론 스톤은 잊혀졌는데 최근, 올 가을 방송 예정인 미 TV드라마 ‘에이전트 X’에서 미국 여성 부통령 역을 맡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녀는 그동안 중풍을 앓고 있었다 한다.

오랜 병마와 싸워 이긴 샤론 스톤은 미 여성 패션 월간지 ‘하퍼스 바자’ 9월호에 누드 사진과 함께 인터뷰를 했다. 먼저 샤론 스톤의 누드 사진으로 말할 것 같으면 57세 나이에도 몸매가 근사하다. 구두와 목걸이만 한 채 올 누드로 엉덩이를 내밀고 옆으로 서있거나 앉은 포즈인데 자신의 팔과 다리로 가릴 곳은 다 가렸다. 가슴은 좀 처졌지만 우월한 기럭지, 여전히 예쁜 히프 라인, 그리고 주름진 얼굴에 활짝 웃는 미소가 좋다.

“이젠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성이 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섹시함이 분명 가슴을 키우는 것 따위는 아닐 것, 섹시함은 현재 함께 있는 사람이 좋아할 수 있도록 자신을 아끼고 즐기는 게 아닐까 싶다” 고 말한다.
또 “내몸이 내출혈을 흡수하는데 꼬박 2년이 걸렸다.

전체 DNA가 그 과정에서 모두 바뀐 것 같다. 두뇌가 원래 있던 자리를 떠나 재배치 됐고 체질도 변했으며 심지어 음식 알러지까지도 뇌출혈 전과 달라졌다”

스톤은 2001년 뇌출혈이 일어났고 수술 후 목숨은 건졌으나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결혼도 깨졌고 입양한 아들의 양육권도 잃었다. 손상된 뇌로 인해 언어능력, 시력이 떨어지고 왼쪽 다리의 감각이 사라져 수년 간 재활을 해야 했다.

그녀가 이번에 복귀하면서 찍은 누드 사진을 놓고 ‘화려한 과거의 인기를 되찾으려는 추락한 여배우의 욕심’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면 다시 일어서려는 재활 노력도 않고 난 이제 죽은 목숨이거니 하고 몸과 마음이 축 처진 상태로 숨이 붙어있을 때까지 살아가란 말인가.

샤론 스톤은 병고라는 불운, 그에 따른 모든 고통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땀을 뻘뻘 흘리며 재활치료를 받은 끝에 신체 기능을 정상으로 돌렸다. 이렇게 건강을 회복한 다음 놀지 않고 일을 하겠다는 의지로 다시 선, 얼마나 정신력이 강해진 여성인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사실 주위에 “그간 힘들었지만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할 만한 이가 얼마나 있는가.

건강에 관한 한 너도 나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신체에 병이 생기면 나이가 들면서 그동안 오래 썼으니 고장 날 때가 되었지 하고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지만 ‘내가 벌써?’ 하면서 당혹하고 억울하고 분노하는 사람도 있다. 돈, 재물, 명예, 권력, 모든 것이 부질없는 것이,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암 선고를 받았으나 수술이 잘되었고 운동과 자연식으로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는 이, 재활치료가 너무 힘들어 이를 악물다보니 입술 안을 다 깨물어 한달간 고생했으나 몇 달 후 몸이 정상을 찾았다는 이,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수저도 못들 정도였으나 수년간 눈물 나는 재활치료 끝에 멀쩡하게 다 나은 이, 오랜 기간 투병하다가 건강을 찾은 이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스럽다.

샤론 스톤의 ‘내 인생은 지금부터’라는 이 마음은 얼마나 건강한가. 이민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니 매일 매순간 기쁘게, 맛있는 것 먹으면서 살자. 최고의 건강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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