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자민당, 간지 와루이요네(자민당, 재수 없어요)”

2015-08-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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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편집실 부국장 대우)

일본의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섰다. 아베정부의 비밀보호법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인 모임이 이젠 안보법을 반대하는 단체로 커졌다.

이들이 이렇게 한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은 SNS의 힘이 크다. “전쟁 반대” “헌법을 지켜라” “자민당 나쁘다” 등 소셜미디어 세대들의 단순한 구호가 ‘#(해쉬태그)’를 타고 엄청난 힘을 발휘한 것이다. 마치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운동에 10대들이 중심되어 집회가 시작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지난 4월 아베는 미국을 방문해 자국의 역할을 확대하는 새로운 미일가이드라인에 서명하고 타국에 자위대 파병을 허용했다. 그리고 얼마 전 자국 내 징병제를 도입할 수도 있는 안보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일본국민들의 반대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지금껏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엄마들이 유모차를 끌고 나왔으며 10대 청소년들이 이 반전평화운동에 가세한 것이다.

올해는 정전 70주년을 맞는 해이다. 한국은 아베의 식민지 지배와 한반도 침략 그리고 사죄가 담긴 담화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다. 하지만 진심이 없는 말뿐인 허울 좋은 담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과거에 대한 확실한 반성과 뉘우침이 있어야만 미래를 향한 견고한 우호관계도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만이 피해자에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될 것이다.

며칠 전 애리조나에 거주하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셨다. 올해만 벌써 8명째라 한다. 이제 정부에 기록된 위안부 피해자들은 47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하나 둘씩 사라지고 있는데 문제 해결은 하나도 된 것이 없다.
공식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는 일본정부를 규탄하고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직접 나섰다. 그들은 사회의 따가운 편견과 멸시에도 불구하고 용기내 역사의 산 증인이 되어 위안부 참상을 알리기 시작했다. 고령의 피해자 할머니들이 활동가가 되어 전 세계에 일본의 만행을 알리고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그분들의 용기에 힘입어 동남아, 중국 심지어 네덜란드에서까지 “나도 피해자”라며 고백하고 나섰고 용기 있는 행동에 함께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사회적 분위기도 달라졌으며 국제적 여론도 이끌어냈다. 8년 전 미국에서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이어 캐나다, 유럽연합까지 결의안 통과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일본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거기에 더해 미국을 등에 업고 자위대 파병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 동아시아와 우방국의 평화를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정부차원의 정책과 제도를 만들고 타국에 군대를 만들려 하고 있다. 아직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맺힌 절규와 한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과거의 아픔을 곱씹게 하는 것이다.

한일수교 반백년을 맞은 지금 영원한 평행선을 달리는 양국 정부와 달리 일반시민들은 교류를 통해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며 신뢰를 쌓고 있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소통하고 연대를 이룬다. 아베의 자가당착적인 애국주의도 당찬 젊은 세대들에 의해 와해되고 있다. 그들에게서 기성세대보다 서로의 상처를 더 빨리 보듬어 줄 수 있는 희망을 본다.
기성세대는 따라갈 수 없는 #(해쉬태그)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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