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퍼 차이나, 수퍼 코리아

2015-08-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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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최근 연이틀 중국 인민은행의 사상최대의 위안화 평가절하 발표이후 세계 금융시장이 연쇄적으로 출렁이고 있다. 한때 무섭게 치올라가던 중국의 경제 성장이 약화되고 부동산 시장과 소비수준이 위축되자 경기 부양을 위한 선택이라 한다.

미국에서는 중국 수출품 가격의 경쟁력을 높이는 조치라며 불평이 터져 나오고 있다.중국의 경제가 잠시 멈칫 거리고 있는데 반해 지금 뉴욕에서는 여전히 수퍼 차이나 바람이 뜨겁다.


지금 메트뮤지엄에서는 특별전 ‘거울나라 중국(China: Through the Looking Glass)’이 열리고 있다. 전시회는 9월 7일까지 연장될 정도로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거울나라’ 는 루이스 캐롤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속편 ‘거울나라’에서 제목을 빌려왔고 왕가위 감독연출로 옛것과 새것, 동양과 서양, 패션과 미술, 영화가 총집결된 특별전이다. 메트의 15개 크고 작은 전시관과 통로용 복도까지 중국 패션을 소개하는데 그 규모와 크기가 엄청나다.

1층 안나 윈투어 패션 전시관에는 중국옷을 입은 마네킹들이 전시되어 있고 벽면을 가득 채운 스크린에서는 ‘마지막 황제’ 영화 장면이 나오고 있다. 손문이 처음 입고 모택동이 입어 전세계에 알려진 인민복도 전시되어 있다.

메인 계단을 올라가 2층 전시장에는 코코샤넬, 장폴 고티에, 입센 로랑, 구치, 랄프 로렌, 크리스찬 디오르 등 세계적 디자이너들이 왕족 의상, 청화백자, 청동거울, 서예, 벽지 문양 등을 소재로 디자인한 드레스와 이브닝가운 등 패션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디자이너들이 생각하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를, 실제로 영감을 받은 고미술품과 함께 진열되었다.

영화 의상 전시관에서는 가장 먼저 할리웃 무성영화 시대의 유일한 중국계 미국 여배우 애너 메이윙이 영화 속에서 입었던 황금용이 승천하는 검정 드레스가 눈에 띈다.

그 외 한국인 팬도 많은 장국영, 양조위, 궁리, 장쯔이, 장연옥 등이 나온 영화 ‘화양연화’, ‘패왕별희’, ‘색계 ‘ 등의 영화 속 화려하고 아름다운 패션 장면이 음악과 함께 보여진다. 현대로 들어와서 중국군 군복과 앤디 워홀의 모택동 초상화 연작, 인민들의 단체복 등도 전시되어 있다.지난 5월 7일부터 시작된 이 전시회는 아시안 미술부가 개관 100년을 맞은 메트 특별전으로 테마를 중국 패션으로 했다.

이번 ‘중국 특별전’을 처음 보았을 때는 제2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이 대거 자본을 투자하여 중국을 홍보하는구나, 9월말 미국을 국빈방문 하는 시진핑 주석을 알리기 위해서 미리 메트를 점령했네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야후(Yahoo)가 돈을 댄 것이라고 한다. 일본 야후가 운영하는 웹샤핑이 마윈의 알리바바를 통해 중국에도 서비스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일본 야후가 알리바바를 통해 일본 상품과 미국 상품을 팔기 전에 벌이는 문화 홍보 이벤트라는 것. 뉴욕에 이어 중국에서 이어질 이 전시회는 중국인들의 자존심을 한껏 올려주면서 바로 야후의 존재를 수많은 중국인들 머리에 심는 것이다.

일본 야후의 소유주가 손정의, 그는 알리바바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한국과 별 인연이 없다 해도 재일일본인 3세라는데, 어떻게 메트의 한국전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국의 이조백자, 고려청자,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 왕과 왕비의 대례복, 사대부 집안의 한복, 일반 서민들의 의상, 세계적으로 알려진 한류 배우와 K-팝 가수들의 노래와 한국 영화들....

2013년에 열렸던 메트의 ‘황금의 나라-신라전’ 보다 스무배 크기의 한국 특별전을 연다고 해보자. 뉴욕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은 자유의 여신상과 메트 뮤지엄을 방문 순위 선두에 놓을 것이다. 2세들이 ‘수퍼 코리아’ 특별전을 보러 줄지어 메트를 방문하는 그런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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