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원봉사의 참의미 배우는 여름방학

2015-08-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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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훈(취재부 기자)

뉴욕한인봉사센터(KCS)와 본보가 공동으로 매년 전개하는 하계 청소년 자원봉사 프로그램(YCAP)은 지난 2001년 시작돼 올해로 14년째다. YCAP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으레 참가학생들을 만나 봉사경험을 들어보곤 한다.

이때 학생들에게 참가동기를 물어보면 열에 여덟아홉은 ‘부모님이 시켜서’ 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 나이 또래 대부분 청소년들에게 ‘봉사활동’은 그저 시켜서 하기 전에는 별 관심이 없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YCAP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의 관심의 정도는 달라진다.


KCS 코로나 경로회관에서 ‘가정급식 배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한 학생은 “초인종을 누르자마자 반갑게 뛰어나와 머리를 쓰다듬는 노인들이 무척 생소하고 거북하기만 했다”면서도 집집마다 비슷한 모습이 반복되자 비로소 그들 이면에 숨어있던 ‘외로움’의 실체를 느끼게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주변에 소외받는 노인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직접 경험하기 힘든 한인사회의 솔직한 단면을 바라봤다. 앞으로 세상을 보는 눈이 많이 바뀔 것 같다”는 학생의 말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현장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좋은 예다.

한인 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 어느 민족과 겨눠도 뒤지지 않는다. 심지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종종 한인들의 교육열이 선진교육의 원동력이라며 미국 교육과 비교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찬사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바로 성적위주, 결과위주의 교육방식 때문이다. 우리 한인사회에서도 모범 학생의 의미가 바로 공부 잘하는 학생이라는 의미로 치환된 지 오래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많은 한인 학생들이 부랴부랴 짐을 싸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 바쁘다. 학원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여름방학은 한인 고교생들의 대이동 기간으로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서울, 강남 등에 있는 이른바 족집게 SAT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이도 여의치 않으면 가까운 SAT 학원을 찾은 뒤 빡빡한 하루 일정표를 아이에게 안겨주기 마련이다. 물론 이 아이들에게 방학기간 봉사활동은 먼 나라 이야기다.

YCAP 프로그램 취재가 몇 해를 거듭하며 참가 학생들의 숫자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음을 느낀다.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다행히 봉사활동에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진지하고 쾌활하다. 그들은 한결같이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세상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다소 뻔하고 투박한 말 같지만 아이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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