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재벌가의 막장 드라마

2015-08-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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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고대 로마시대 카이사르, 폼페이우스와 함께 삼두정치(BC113-AD53)를 했던 사람 중에 마르크스 푸치니우스 크라수스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돈이 아주 많은 자로 오로지 돈만 아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돈을 너무 좋아하는 것을 마뜩치 않게 여겼던 파르티아 왕이 무슨 연유인지는 몰라도 그를 죽여 버렸다. 그리고는 녹인 황금을 그의 목구멍에 부어버렸다.

크라수스가 얼마나 돈을 좋아했길래 왕이 그를 죽인 다음 그렇게까지 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화이다. 대체 돈이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그와 같이 어이없는 죽임을 당할 정도로 돈에 집착하고 있는 것인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누구나 평생 돈의 노예가 되어 살다 죽어간다. 그러다 보니 돈 때문에 형제간에, 부모 자식간에, 이웃간에 원수지간이 되고 심지어는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다.


한국에서 지금 벌어지는 롯데재벌가의 치열하게 다투는 모습이 그런 형국이 아닐까. 경영권을 둘러싸고 부자와 형제, 친척간에 세간을 떠들썩하게 벌이는 싸움은 ‘석고대죄’ ‘쿠데타’ ‘혁명’ 등의 이름을 난무시키며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목불인견의 추태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비단 롯데가 일가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삼성이나 현대 등 재벌가마다 상속권과 경영권을 둘러싸고 갖은 추태와 지저분한 싸움을 벌여왔다.

미국의 재벌들은 대부분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부호들이다. 빌 게이츠는 자선재단을 설립해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고 워렌 버핏도 이에 동참해 사회 환원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다른 기업가들도 장학사업이나 교육재단 후원, 병원 지원, 구제사업 등에 열심히 환원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재벌들은 돈세탁, 탈세 등의 비리나 경영권 싸움 등으로 문제가 많이 발생, 사회에 모범적인 모습이 아니라 더럽고 추한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이들이 세기의 현자들이 돈을 어떻게 취급하며 살았는가를 배웠다면 오늘과 같이 추한 행태를 보이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고대의 현자들은 거의가 돈을 멀리 했다. 데모크리토스는 돈 때문에 사람들이 다툰다고 해서 자신이 가진 부를 던져버리고 멀찌감치 서서 웃었다고 한다. 탈레스는 올리브경작을 해서 큰돈을 벌어 서민에게 도로 나누어 주었다.

소크라테스는 아무 것도 갖지 않고 언제나 허름한 망토를 입고 다니면서 자신이 지닌 철학만을 따라다니는 제자들에게 전수했으며 음유시인 호메로스도 돈을 아예 모르고 살았다. 이렇게 현자들은 돈하고 거리가 멀게 살았다. 그것은 돈이 인간에게 주는 피폐함과 추악함을 이미 터득하고 있기 때문이었으리라.

물론 스페인에서 로마로 와서 출세해 로마 최고의 부자가 된 네로의 스승 세네카가 있긴 하다. 그러나 그의 경우 돈으로 인해 오늘날 한국의 재벌처럼 명예가 실추된 경우는 없었다.

한국의 부호들이 현자들처럼 돈과 거리가 멀게 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돈을 번 재벌답게 올바른 경영과 노블리주 오블리제 정신으로 사회환원을 하며 모범적인 행태를 보여 달라는 것이다.

유대인은 ‘황금망치로 안 열리는 열쇠가 없다’고 했다. 롯데일가 또한 황금망치를 가졌다고 자신들이 갖고자 하는 것을 무조건 열겠다고 하는 무지한 행동들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역겹다.

99%의 서민들이 돈 때문에 실의에 빠져 있는 지금, 세간을 흔드는 재벌가족의 파렴치한 싸움판, 온갖 추태를 언제까지 바라봐야 하나? 맥이 절로 빠진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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