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근묵자흑(近墨者黑)’

2015-08-0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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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새벽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 술을 마시는 사람들. 도박에 빠진 사람들.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 착하거나 나쁜 사람들. 인품이나 취향이 닮은 사람들. 그리고 기타 등등.

삼라만상은 그 성질이 유사한 것끼리 모인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성품이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기가 쉬운 것은 당연하다. 착한사람은 착한사람끼리 모인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만난다. 가무를 좋아하는 사람들 역시 그렇다. 끼리끼리 쉽게 사귀며 살기 마련이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성격이 온화한 편이다. 이타적인 성품의 소유자가 되기도 쉽다. 반대로 가혹한 환경서 자란 사람은 성격이 조급하다. 이기적인 성격이 되기도 십상이다. 사람들은 환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떤 것을 가까이 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무엇을 보고, 듣고, 만나는 것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그것들을 닮아간다. 그 닮음은 미덕보다 악덕이 더욱 확연하다. 사기꾼은 사기꾼과 어울린다. 나쁜 것을 일삼는 사람이 악한 사람하고 더 죽이 잘 맞는 이유다.

우리 속담에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같이 어우러지다보면 형태까지도 비슷하게 닮아간다는 유유상종(類類相從)의 의미와 마찬가지다.

‘끼리끼리’나 ‘초록은 동색’ 등으로 통하기도 한다. 영어로는 비슷한 사람끼리 끌린다는 ‘Likes attract like’로 표현한다. 같은 깃털의 새들끼리 떼를 지어 다닌다는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등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끼리끼리 모이다 보면 한 사람의 행동으로 모두 닮아갈 수 있기에 그런 말이 나온 듯하다. 이처럼 ‘사람은 그 친구를 통해 알 수 있다’는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이기는 매 한가지인가 보다.

공자는 “익자삼우(益者三友)요 손자삼우(損者三友)”라 했다. 유익한 벗이 세 종류요 해로운 벗이 세 종류 있다는 의미다. 정직한 사람, 성실한 사람, 견문이 풍부한 사람 등 유익한 벗을 사귀면 도움이 된다. 이와 반대로 겉치레만 하는 사람, 부드러운 척하면서도 아첨하는 사람, 말만 그럴듯하게 둘러대는 사람 등과 벗으로 어울리면 해가된다는 뜻이다. 이는 벗을 사귐에 있어 도움이 되는 사람과 해로운 사람을 구분하라는 가르침이다. 또한 좋은 벗은 자주 만나고, 나쁜 벗은 가능한 피하라는 교훈이다.

소학에 근묵자흑(近墨者黑)이란 말이 나온다.
먹을 가까이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검어진다는 뜻이다. 주위의 나쁜 영향을 받기 쉬우니 경계하라는 의미다. 한편으로는 주위의 좋은 사람이나 착한 모습을 보면 역시 좋은 영향을 받게 된다는 의미로도 생각할 수 있다. 근묵자흑은 나쁜 사람과 가까이 하면 나쁜 버릇에 물들게 되고, 착한 사람과 어울리면 악인도 선인으로 바뀔 수 있음을 일깨워주는 고사 성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도움이 되는 사람과 해로운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과 손해가 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다. 이익이 되는 사람은 자주 만나고 싶고 손해가 되는 사람은 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인 까닭이다.

우리는 현재 가까이 사귀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봐야 한다. 구분할 필요도 있다.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가? 또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해가 되는가?
그렇게 가까이 해야 할 사람과 멀리 해야 할 사람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유익한 벗은 가까이 하고 해로운 벗을 멀리하면 그 자체가 바로 성공하는 교유관계인 이유다.

근묵자흑. 나쁜 사람과 사귀면 자신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품의 향기가 나는 사람과 어울리면 자신의 몸에서도 인품의 향기가 나기 마련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 사람들과 어울려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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