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인종문제

2015-07-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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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WI는 ‘(술이나 마약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이라는 영어의 첫 글자 모음이다.
그런데 흑인들 사이에서는 DWB란 약자가 한탄을 자아낸다. 이것은 ‘흑인인 상태에서의 운전’을 의미한다. 흑인들은 자신들이 흑인이기 때문에 경찰에 자주 정지 당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텍사스의 헴프스테드를 통과하다가 차선을 바꾸면서 깜박이 신호를 안했다고 체포된 샌드라 불랜드 양의 경우도 그 때문인 듯하다. 체포하던 백인 경찰이 그를 차에서 내리라고 명령했는데도 그가 꾸물거리자 테이저를 쏘아 충격을 주겠노라는 투의 고성을 질렀다. 그가 만약 백인 여자였다면 그렇게 체포했을 것인가를 상상해 보면 된다. 그가 유치장에 영치되어 있다가 3일 후에 죽은 것을 두고도 경찰은 자살이라고 주장하고 유가족은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대응한다.

오바마가 최근 ‘유색인종지위향상전국위원회’(NAACP)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유색 인종은 백인들과 비교해 볼 때 (경찰에게) 정지당하고 몸수색 당하며 심문 당하고 고발당하며 구류 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 흑인들은 체포당할 가능성이 더 크다. 흑인들은 (백인들과) 동일한 범죄로도 더 많은 형기를 선고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백인 남성들은 214명에 1명꼴로 수감되어 있는 반면 흑인 남성들은 35명당 한 명 꼴로 수감되어 있다. 이 때문에 흑인 아동들 9명 당 하나는 부모가 감옥에 있는 셈이다.

오바마가 거의 7년 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일부 순진한 사람들은 미국의 인종차별이나 편견은 이제 옛 일이 된 것처럼 기뻐했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증거는 퍼거슨, 뉴욕, 볼티모어 등지에서 볼 수 있었다. 6월에는 찰스턴의 흑인교회에서 성경공부를 하던 목사 등 9명이 백인 청년에게 사살 당했다.


미국의 (백인우월) 인종주의는 현재 공화당을 진퇴양난에 처하게 만들고 있는 도날드 트럼프의 폭언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특히 노년층의 지지 때문에 트럼프는 젭 부시와 스캇 워커 보다 두 배가 되는 지지를 받는다는 게 현재의 여론조사이다.
사과해야 한다는 다른 후보들의 요구에 응하기는커녕 자기는 항상 옳게 살기 때문에 하나님께 용서를 빈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유아독존적인 언설은 조현아의 수퍼 갑질을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공화당이 자기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다면 제3당 후보로 나온다고 공언하기 때문에 공화당 중진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것이다.

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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