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상블라주 등 다양
▶ 내달 1일부터 백아트
김을의 작품 ‘드로잉이 서쪽에서 온 까닭’ 시리즈.
■ 김을 초대전
“드로잉을 통해서 세계를 인식하고, 드로잉스럽게 사고하고 행동하며, 드로잉으로 쌓여진 나의 예술세계. 그것은 사실 드로잉이 아니다. 차라리 들판에 부는 바람, 혹은 밤하늘에 빛나는 한 줄기의 유성, 혹은 전해지지 않은 한 편의 신화에 가깝다”
드로잉으로 삶을 구성하고 표현해 온 작가 김을의 개인전이 8월1~29일 백아트(BaikArt·관장 수잔 백)에서 열린다.
‘드로잉이 서쪽에서 온 까닭’(Why My Drawing Comes from The West)이라는 제목의 이 초대전은 지난 10여년 간 하루에도 여러 장씩 일기 쓰듯 드로잉 작업을 해온 김을의 매우 사적이고 솔직하며 엉뚱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드로잉은 작가의 아이디어와 뼈대요, 작품의 민낯이요 쌩얼이라는 점에서 드로잉만을 그냥 내놓는 작가는 많지 않다. 그러나 김을의 것은 드로잉을 벗어나 작가의 삶을 규정짓는 그 무엇으로 발전한 듯하다. 그의 글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나의 작업은 대부분 드로잉이다. 그것이 입체 작업이든 캔버스 작업이든 그냥 드로잉이다. 작업에 임하는 나의 태도가 매우 드로잉스럽기 때문이다. 세상이 그러하듯이 거추장스런 일관된 주제도 필요치 않고 자연스러움을 따른다. 무엇보다도 자유로운 운신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드로잉에 딴 지를 걸려는 바보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50여점의 스케치와 함께 상자 속에 버려진 사물이나 수집한 낡은 장난감을 재구성한 아상블라주 6점을 보여준다. 또 150개의 작은 오브제들이 가득 찬 테이블, 그리고 작가가 2012년부터 계속해 온 환상과 실제의 경계지점 ‘트와일라잇 존’ 시리즈의 드로잉 12점 도 전시된다.
김을은 원광대와 홍익대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했으며 2001년까지 자화상, 산, 혈류도 등의 무거운 주제의 회화작업을 해오다가 2002년부터 드로잉으로 작업방식을 바꿨다. 서예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중국 문화와 도교에 심취하며 내적 성찰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인 그는 철학적이면서 동시에 유아적인 순수함이 내재한 작품들로 화단에서 자기만의 위치를 갖고 있다.
오프닝 리셉션 1일 오후 6~8시.
2600 S. La Cienega Blvd. LA, CA 90034, (310)842-3892
<정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