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잠자는 용’과 한류열풍

2015-07-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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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이 시대의 장애물중 하나는 우리가 각 나라의 특성을 막연하고 편협한 시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각 나라를 그 나라 민족의 나라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이처럼 무지한 탓에 모든 나라들은 서로 교류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일본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1946년,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가 출간한 ‘국화와 칼’ 중에 나온 말이다.

인접국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우리 한민족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특히 오랫동안 교류가 끊겨있던 중국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중국의 빠른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상당수의 한국인들은 중국과 중국인들에 대해 고정된 선입관과 편견을 갖고 있다.

가령 무슨 일만 하면 만만디로 느려터질 것이고 낙후되고 비위생적이며 아주 형편없는 매너를 지닌 민족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다. 특히 병자호란과 청일전쟁 등 한반도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로 오랫동안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관념으로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거대한 나라, 중국을 견제하기 어렵다.


용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은 자신들을 용의 후손으로 여기며 신성시까지 하는 민족이다. 이런 중국을 두고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한 마리의 잠자는 사자에 비유하면서 중국을 절대로 경시하면 안 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잠자는 용’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1978년 개혁 개방을 필두도 37년이 지난 현재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역사상 가장 거대하고 엄청난 변화로 마치 그동안 문화대혁명 등으로 상처받은 용이 상처를 회복하고 일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중국이 요즘 한국의 드라마와 사랑에 빠져 있다는 기사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보도에서 현재 중국의 대중들이 ‘별에서 온 그대’ 라는 한국드라마가 지닌 매력에 흠뻑 빠져 있으며, 중국의 기업들은 한국의 가수 싸이와 비, 별에서 온 그대 같은 인기 프로그램의 중국버전을 만드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마디로 동남아시아와 중동국가에서 불고 있는 한국드라마에 대한 짝사랑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한국이 강력한 군사력과 증대하는 경제력으로 세계 강국의 대열에 들어선 인접국가와의 우호관계는 물론, 무엇보다도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절호의 카드라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이다. 한국은 이제 중국에 대해 그간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오해의 장막을 거두고 중국이 짝사랑하는 한국의 문화코드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인구 약 14억의 거대한 시장 중국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는 한국에게는 엄청난 기회이고 특혜이다. 최근 중동메르스 사태이후 중국인 관광객 수가 80%가 감소하는 바람에 한중 관계가 한동안 얼어붙었다고 한다. 당시 제주항에 내린 수많은 중국관광객들이 이를 환영하기 위해 한국의 군악대가 팡파레를 울렸으나 두려움에 아무도 내리지 않아 손실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속히 회복해야 한다. 통일이란 민족적 과제를 위해서도 중국과의 관계강화 및 그들의 협조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특히 중국대륙에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우리 선열들의 희생과 정신이 대한민국 광복에 큰 힘이 된 역사적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의 해다. 한국이 국가적 경제 발전을 꾀하고 중국과 함께 윈 윈 하며 21세기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기약하는 길은 중국을 더 깊이 이해하고 쉽게 교류할 수 있는 한류문화 확산이 최우선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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