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갓체(Gottschee)

2015-07-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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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경제팀 차장)

유럽 슬로베니아에는 갓체(Gottschee)라는 지역이 있다. 산과 협곡으로 둘러싼 작은 이 지역은 13세기 이래 강대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아왔다. 오스만 투르크가 위세를 떨치던 15~16세기에는 터키, 19세기 초반에는 나폴레옹을 앞세운 프랑스에, 1차·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오스트리아에서 유고슬라비아로, 이탈리아로, 다시 유고슬라비아로 점령국은 바뀌었다. 최대 인구가 2만6000명을 넘지 않았던 갓체인 수천 명이 미국, 그중 뉴욕으로 이주한 것은 1880년대부터다.

20세기 초 독립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대통령 청원 등 독립운동을 펼쳤던 뉴욕의 갓체인들은 갓체인협회를 조직하고 1924년 퀸즈에 클럽하우스인 갓체홀(Gattscheer Hall)을 세웠다. 이곳은 뉴욕의 갓체인들이 유럽에 뿔뿔이 흩어진 갓체인들을 돕는 진원지였다.

갓체홀을 운영하며 거둔 수익금을 갓체인들의 인권을 위해 유럽에 보냈다. 미국 비자 쿼터 등의 제약을 없애고 유럽의 갓체인들의 어려움을 알리기 위해 갓체인 협회는 미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도 펼쳤다. 지금도 뉴욕의 갓체 공동체는 갓체인협회와 갓체홀을 중심으로 활발한 갓체 커뮤니티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4일 뉴욕한인직능단체협의회의 월례회에서 한 단체장이 뉴욕한인회를 둘러싼 분쟁에 대해 직능단체장들의 관심을 촉구하면서, 문득 갓체와 뉴욕의 한인 네일업계를 떠올렸다.

법을 준수해왔던 상당수의 한인 네일 업계는 네일 살롱 직원들에 대한 임금 착취와 차별이 존재한다며 한인 네일인들을 싸잡아 착취의 주체인 것처럼 보도한 지난 5월 뉴욕타임스의 기사로 상처를 받았다. 당시 직능단체장들은 한인 커뮤니티를 상대로 부당한 기사를 낸 것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구심점이 될 한인 커뮤니티의 대표 기관인 뉴욕한인회의 역할의 부재와 무관심이 아쉬웠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6일 ‘뉴욕 네일 살롱 학대 단속 후 얻은 이익 그리고 몇몇의 저항’ 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도 ‘저항’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의 근거로 법 준수를 위해 직원들의 오버타임을 없애버린 한인 네일 업소의 사례와 새로 착용토록 한 위생 장비들에 대한 부담을 표현한 한인 네일업주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한인회의 무관심 속에서 한인 네일인들은 명예훼손과 억울함을 속으로 삼키는 수밖에 없다. 누가 누구에게 관심을 촉구해야 하는 상황일까? 주객이 전도된 일련의 답답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작지만 단단한 뉴욕의 갓체인 커뮤니티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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