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선은 무조건 칭찬해야

2015-07-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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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서울에서 신문을 뒤적이는데 어느 고아원 원장이 “무슨 날이나 때가 되면 와서 자선한다고 사진 찍고 하는 것 이제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할 바에는 차라리 오지 말아라” 하는 기사를 보고 저 원장이 화가 많이 났는가 보다 싶었다.

오려면 매일은 그러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은 와야지 선거 때나, 명절 때 한 번씩 와서는 사진이나 찍고 하는 게 눈 꼴사나웠나 보다. 겉으론 예 예 하면서도 속으로는 더러운 놈 이런 생각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다르다.

무슨 때라고 고아원이나 양로원 찾아가는 사람은 정치인도 있고 사업가도 있다. 그래도 이들이 바삐 살다가 무슨 때가 되니 소외된 사람들이 생각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려운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인 목적도 있겠지만 사업하는 사람들이나 자선단체에서는 정말 사심 없이 연말에 따뜻하게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오려면 오지 말라니…….


오래전에 내가 어느 교회가 부흥회 한다고 해서 갔는데 그 부흥사가 하는 말이 교회에 나오다가 안 나오는 사람은 처음부터 안 나온 사람보다 못하고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 그런데 그 말이 나에게는 꽤 이상하게 들렸다.

그래도 꾸준히 다니다가 사정이 있어 교회 못나가고 있는데 처음부터 안 다닌 사람보다 못하고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내 생각에는 최소한 다닌 것만큼은 인정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1년 다니다 그만둬도 1년은 인정해주지 않는가.
그 부흥사는 신도들을 더 끌어 들이려고 했는지 몰라도 최소한 다닌 것만큼은 인정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일부러 찾아가서 고아들,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즐겁게 해 줬으니 그 공은 인정하고 고맙게 받아들여야지, 오지 말라니……. 찾아오는 사람은 순수한 사람들이다. 그래도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거니까 홀대하지 말고 고맙게 대해주면 한번 할 걸 두 번, 세 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칭찬’은 그래서 중요한 말이다.

김병택<사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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