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통팔달=문화예술

2015-07-1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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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련 <화가>

수원 화성 팔달산 아래 복합문화공간 행궁재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였다. 오프닝은 6월 8일 토요일, 싱그러운 푸르름의 나무잎새들은 바람결에 살랑이며 맑은 햇살은 빛나지만 행궁 광장에는 인파가 보이지 않는다.

관광버스와 차들과 관광객으로 붐비던 주차장, 광장이 한산하기만 하였다. 메르스 질병으로 모임 자제, 학교가 휴교했다. 특보 뉴스가 매시간 방송된다. 같이 간 오래된 독일 친구 울리는 두바이를 거쳐 한국에 왔기에 실감을 더했다. 올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온다는 믿음이다. 오후 4시가 되니 멀리서 온 친지들과 수원 작가 분들이 오셔서 축하해 주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유적지 조선왕조 22대 정조 대왕 모친 혜경궁 홍씨 진찬연을 연 행궁재는 한산하다. 고요한 정적감 속에 의궤 축제 과정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역사의 파노라마에 빠져들었다.

대장금 사극 촬영지로 눈에 선한 장면들과 오버랩 되어서 타임머신을 타고 행렬을 보는 듯 착시현상이 일어나 그 시대에 들어선 듯 풍악 소리와 가무가 펼쳐지고 산해진미 냄새가 콧가에 스민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만국공통어 그림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던 의궤의 행렬, 참으로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실감하였다.

한 달간 머물었던 수원 호스텔 앞거리는 공방의 거리 작가들의 스튜디오와 진열장에는 손수 만든 다양한 공예품들이 눈길을 멈추게 하였다. 60년대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를 찍은 장소의 기와집이 있는 골목을 지나면 팔달문이 나오고 팔달 시장으로 들어선다.

텃밭에서 가져다 파는 바구니에 담긴 온갖 야채들-상추와 고추, 토마토, 제철 과일들- 머루와 앵두, 자두, 복숭아, 참외들은 작지만 단맛이 더했다.수원 갈비와 순대, 족발 예전의 통닭구이로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자아냈다. 수원천에 피어난 꽃길아래 양산을 쓰고 장을 보러온 여인들 모습도 정스러웠다.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의 다양함이 있는, 인간미가 있는 200년 된 왕의 시장, 사통팔달은 길이 막힘이 없이 통함이라듯. 길, 사람, 물산, 문화가 통하는 예술의 거리, 전통시장의 맥이 이어져가는 바램이다. 문화예술의 사통팔달로, 지구촌 사방팔방으로 한류의 물결이 흘려서 한민족 세대들이 자긍심을 갖게 한다.

한 달간 수원에 머물면서 다녔던 문화 유적지와 박물관들도 좋았지만 내년에 다시 가면 제일 먼저 팔달 시장에 가서 이번에 못 사먹은 과일과 음식부터 먹어보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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