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구입 여건, 고용시장 개선 시급

2015-01-15 (목)
크게 작게

▶ 투자기관 주택가격 상승 압박 변수

▶ ‘큰 손’ 중국인들 주택 구입 감소...대출완화 정책 은행들 적극참여 중요

[주택시장 영향 미칠 요소]

2015년 주택시장 전망은 매우 밝다. 지난해의 회복세가 올해도 무난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생애 첫 주택구입자와 저소득층 주택구입자들의 ‘내집 장만’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주택시장 회복을 저지할 만한 요소도 적지 않다. 주택시장 침체 직후 ‘구원 투수’ 역할을 해낸 기관 투자가들이 올해는 주택시장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우려다. 투자기관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아 막판 회복세를 이끌었던 외국인 구매자들이 지난해부터 대폭 감소한 점도 주택시장에는 부정적인 요소다. 올해 주택시장 회복세를 압박할 만한 시장 안팎의 요소들을 미리 짚어본다.


■ 기관투자가, 이제 팔아 ‘돈’챙길 때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올해 만약 보유 주택 매물을 주택시장에 대거 던질 경우 주택시장 회복세에 제동이 걸린다. 이미 지난해부터 주택 구입 수요가 감소한 반면 일반 셀러들이 내놓은 주택 매물이 증가해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기 시작했다.

수십만채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되는 기관투자가들까지 주택 매각에 합류하면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압박이 불가피하고 주택수요가 다시 ‘지켜보자’는 관망세로 돌아설 수 있다. 올해 이 같은 우려가 일부 현실화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주택시장 침체를 통해 대거 쏟아져 나온 차압 매물과 숏세일 매물 등 저가대의 급매물을 ‘싹쓸이’ 하다시피 한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올해부터 매매차익 실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주택시장 침체 당시 저가의 매물을 대거 매입하면서 주택가격 추가 하락을 막아준 투자기관들이 올해는 주택가격 상승을 압박하는 변수로 돌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차압매물 정보업체 ‘리얼티 트랙’은 “2012년부터 이어진 주택 가격 상승세가 부동산 투자자들의 수익 실현하기 충분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리얼티 트랙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자들이 매입한 약 20만채의 주택 거래를 추적한 결과 올해 주택을 매각할 경우 약 38~43%에 이르는 높은 수익률을 거둘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주택 매입은 이미 지난해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때 거의 절반 수준에 육박했던 투자자들의 주택 매입 비율은 지난해 초 약 20%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10월 중 약 15%로 떨어졌다.



■ 외국인, 이제 살래야 살 수 없어

외국인 주택 구입자들이 큰 폭으로 줄고 있는 것도 주택시장 회복세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에 충분하다. 지난해까지 만해도 중국인들을 중심으로 외국인들의 주택 구입이 근근이 이어져 오고 있지만 올해부터는 중국인들마저도 주택시장에서 아예 발을 뗄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해도 ‘큰 손’ 행세를 하며 대접받던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 감소세는 가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가주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가주에서 최근 외국인들의 주택 구입 비율은 약 25%나 감소해 ‘중국 특수’가 이미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미국 주택 구입에 대한 인기가 식어가고 있는 것은 미국 주택가격이 너무 오른 것과 중국 정부의 본국 자본 해외유출 단속이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약 2년 전부터 시작된 중국인들의 미국 주택매입 열풍은 주로 가주와 뉴욕 등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어 나타났다. 가주에서도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이 몰리면서 중국인 사이에서 주택 가격을 부추기는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결국 구입을 자제하는 움직임이다.

중국 내 일부 부유층 사이에서 중국 부동산 거품 붕괴조짐, 정치적 불확실성, 심각한 대기오염 등을 피해 자금을 미국으로 빼돌리려는 움직임이 일자 중국 정부의 단속이 시작된 것이다. 개인 1인당 연간 5만달러 이상의 외화를 중국 밖으로 송금하는 것을 엄격히 규제 중이지만 그래도 여러 편법을 동원, 지난해만 해도 많은 중국 자금이 미국 주택시장에 흘러 들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규모가 훨씬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에는 뉴욕과 플로리다주 등에서 활발한 주택 구입 활동을 하던 러시아인들의 주택 구입마저도 크게 줄고 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미국 주택 가치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러시아인을 비롯, 유럽 국가의 미국 주택 구입 역시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회복 ‘열쇠’ 쥔 모기지 대출 업계

지난해 말 ‘최저 다운페이먼트 3%’ 내용을 골자로 한 완화된 모기지 대출기준이 발표됐다. 시중 모기지 대출기준의 흐름을 제시하는 국영 모기지 기관의 발표로 올해 모기지 대출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모기지 대출 활성화에 대한 공은 시중 대출기관으로 넘어갔다. 정부 측의 뜻을 반영해 대출 은행들이 올해 모기지 대출 발급을 늘릴 것이라는 전망은 현재 ‘반반’이다.

정부 측은 완화된 모기지 대출 프로그램이 대출업계에 좋은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책임감 있는 대출자를 양성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다.

그동안 주택시장에서 제외됐던 첫주택 구입자와 저소득층 구입자를 다시 끌어들여 주택시장 건전성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것이 정부 측 입장이다.

반면에 대형은행과 일부 주택시장 전문가들은 완화된 모기지 대출 프로그램이 주택시장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에 회의적이다.

마크 잰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경제분석가는 “주택시장 회복의 관건은 구입자들이 모기지 대출을 얼마나 쉽게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측이 주도적으로 모기지 대출기준을 완화했어도 시중 대출 은행이 적극적인 참여가 없을 경우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가 힘들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출 은행들이 크레딧 점수가 높지 않고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낮은 구입자에 대한 모기지 대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일부 대형 은행들 사이에서 대출기준을 너무 낮추면 주택가격 거품이나 모기지 연체율 증가 등 주택 시장 침체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소득 개선 따라줘야

모기지 대출기준 완화, 주택가격 상승세 주춤, 주택매물 증가 등 주택 수요가 살아나기 위한 분위기는 이미 조성됐다. 하지만 주택 구입 여건이 여전히 불안정한 점 때문에 올해 주택 구입 수요가 본격적으로 부활할지는 미지수다.

주택 구입여건이 개선되려면 무엇보다도 구입자들의 소득 증가가 이뤄져야 하는데 소득수준이 주택가격 상승세를 여전히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완화된 모기지 대출기준을 갖췄어도 소득 개선 전망이 불투명해 당장 주택 구입에 나서기가 불안한 대기 구입자들이 많다는 설명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의 주택 구입을 늘리려면 다운페이먼트를 낮추는 것보다 소득 증가 등 고용시장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셀러들의 눈높이가 낮아져야 하는 것도 올해 주택시장 회복을 위한 필수 요소다.

지난해 매물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셀러들의 가격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 바이어들과의 원활한 주택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다. 바이어들 사이에서는 또 매물은 늘었지만 막상 구입할 만한 매물이 적다는 푸념도 많았다.

올해 셀러들이 가격을 조금 낮추고 바이어들과의 매매 협상을 순조롭게 이끌어준다면 주택 매매 거래가 어려움 없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준 최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