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첫 집 장만 힘들어” 소유율 19년래 최저

2014-08-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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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시장의 특이 현상들

▶ 집값 껑충·높은 대출벽에 젊은층 포기, 은행 마케팅 공세에 주택담보 대출 급증, 고액 모기지 대출은 늘어 빈익빈 부익부

첫 주택 구입 비율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주택 소유율이 19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과거 같으면 주택을 구입해야 할 젊은 층이 주택 구입의 꿈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늘어 ‘내 집 장만’으로 대변되는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옛말이 되어 버렸다. 모기지 대출 장벽이 서서히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서민들에게는 높은 잣대가 적용중이다. 100만달러를 호가하는 부유층의 고가 주택 구입 때 모기지 대출이 큰 폭으로 늘었지만 첫 주택 구입자들의 모기지 대출은 여전히 부진하다. 또 지난해 치솟은 주택가격으로 인해 6~7년 전 성행했던 주택담보 대출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주택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전과 다른 현상들을 짚어 본다.


■더 이상 ‘아메리칸 드림’ 없다

주택 소유율이 19년래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집값이 너무 크게 오른 데다 대출 기준이 여전히 까다로워 서민들의 주택 구입이 막혔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소유율 상승 동력인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 비율이 갈수록 떨어져 주택 소유율은 더 이상 오르기 힘들 전망이다.


연방 센서스국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주택 소유율은 약 64.7%로 1분기(64.8%)보다 더 떨어져 1995년 2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주택 구입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시장 진입이 막히면서 주택 소유율이 갈수록 하향세다. 6월 첫 주택 구입 비율은 약 28%로 과거 평균이 약 40%를 크게 밑돈다.

증권회사인 TD 시큐리티스의 밀란 뮬레인 연구원은 “주택 소유율 상승 요인인 첫 주택 구입자들의 주택 구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신용경색, 소득 감소, 학자금 부채 등의 요인으로 대졸자나 젊은 신혼층이 예전처럼 주택 구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분석했다. 주택 소유율은 주택시장이 절정을 치닫던 2004년 6월 최고치인 약 69.2%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주택시장이 침체기를 거듭하는 동안 지속적인 하락을 거듭 중이다.


■주택담보 대출 급증

주택담보 대출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주택 소유주가 다시 늘고 있다. 주택 가격이 절정을 이루던 2006~2007년 당시 무분별한 주택담보 대출이 성행하면서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된 바 있는데 이같은 현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개인 신용평가기관 에퀴팩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담보 대출 발급건수는 약 23만2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9% 급증했다. 금액으로는 1분기에만 총 약 234억달러의 주택담보 대출이 발급, 2008년 분기별로 가장 높은 발급 액수를 기록했다. 건당 주택담보 대출액도 평균 약 10만207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4% 늘었고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최근 주택담보 대출이 급증한 것은 주택 가격 상승과 은행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 때문이다. 지난해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 담보대출 자격을 갖추게 된 주택 소유주가 늘었는데 S&P 케이스실러 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5월 사이 전국 20대 도시 주택 가격은 약 9.3% 상승했다. 주택 거래 부진으로 그동안 극심한 대출 수익악화를 겪은 은행들이 주택 가격이 상승한 틈을 타 적극적으로 주택담보 대출을 발급하고 있다. 특히 낮은 이자율을 앞세워 주택담보 대출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는데 6월 중 주택담보 대출에 적용된 이자율은 평균 약 5.01%로 1년 전(약 5.16%)보다 떨어졌다.

주택담보 대출을 받는 이유는 다양한데 그동안 미뤄왔던 주택 리모델링에 사용하기 위한 주택담보 대출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주택담보 대출기준이 다시 완화된 틈을 타 비상시 사용할 목적으로 담보대출에 나서기도 하고 일부는 이자율이 더 높은 크레딧 카드 부채를 우선 갚기 위한 목적으로 주택담보 대출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에퀴티가 충분한 주택 소유주의 경우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 투자용 주택 구입에 나서기도 하는데 이자율이 오를 전망이 커 주의가 요구되기도 한다.



■모기지 대출 ‘빈익빈 부익부’

모기지 대출 업계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이 모기지 대출을 받는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100만달러를 호가하는 주택 구입에 필요한 모기지 대출은 급증하고 있다. 모기지 시장 조사기관인 코어 로직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100대 도시에서 100만~1,000만달러의 모기지 대출 발급이 약 1만5,000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액 모기지 대출이 급증한 것은 고가 주택 거래가 올 들어 봇물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30대 도시에서 구입 가격이 200만달러가 넘는 주택 거래는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한 달 동안에만도 100만달러를 넘는 주택 거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8.5%나 급증하면서 고가 주택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대출은행들은 첫 주택 구입자 등 서민들의 주택 구입에 필요한 모기지 대출은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지난 6월 첫 주택 구입자 비율은 전체 구입 중 약 28%로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연방 정부의 주택시장 경기활성화 정책이 한창이던 2008년 10월의 경우 첫 주택 구입자 비율은 약 35%를 넘은 바 있다. 최근 주택 경기와 경제가 살아나고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대출은행이 다시 안전 대출로 여겨지는 부유층의 모기지 대출에 집중한 결과다.


■첫 주택 구입 연령대 갈수록 높아져

젊은 층이 주택 구입을 미루는 현상이 뚜렷해지면 첫 주택 구입 연령층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업체 질로우닷컴이 경제 전문가, 부동산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첫 주택 구입 연령층이 고령화 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실시한 조사에서 첫 주택 구입 연령층은 평균 약 31세로 집계된 바 있다. 질로우가 실시한 설문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올해 첫 주택 구입 연령층이 약 32세, 10년 뒤인 2024년에는 33세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첫 주택 구입 연령층이 높아지는 것은 최근 주택 소유율이 사상 최저치로 하락한 것과 연관이 깊다.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게 되는 시기가 점차 늦어지면서 첫 주택 구입 연령층에 접어든 밀레니엄 세대의 주택 구입도 미뤄지고 있다.

스탠 험프리스 질로우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구층이 두꺼운 밀레니엄 세대의 주택 구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주택시장 회복을 가로 막고 있다”며 “첫 주택 구입 연령이 높아지고 있지만 경제사정이 개선되면 대거 주택 구입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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