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상도(商道)

2014-01-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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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은(경제팀 차장대우)

지난 한해를 달구었던 한인 뷰티서플라이 업소간 과당경쟁 논란 이후 결국 반갑지 않은 소식이 들렸다. 기존에 운영 중이던 한인 업소 바로 앞에 또 다른 대형 한인 업소가 개점하는 등 업주간 갈등이 고조됐던 한인 뷰티서플라이 업소 밀집 지역, 퀸즈 자메이카에서 연말을 앞두고 결국 2개 업소가 영업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과당경쟁 논란의 불을 지폈던 대형 한인업소의 업주는 현재 브롱스와 퀸즈 등에 다수의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맨하탄 32가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만두전문점 바로 옆에 한국에서 건너온 만두 브랜드가 지난해 초 개점했다. 상권 면적이 작고 밀집된 맨하탄의 특성상 2-3블록 안에도 중화요리점, 한식당 등이 여러개 있기도 하지만, 바로 옆에 나란히 자리 잡아 만두라는 단일 품목으로 경쟁을 하는 것은 상도덕을 무시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려는 오래가지 않았다. 문제의 그 만두 브랜드는 개점한지 얼마 안돼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새해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 21일 뉴욕 데일리 뉴스는 한국의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업체인 ‘카페베네’가 맨하탄 워싱턴 하이츠에 진출, 커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157가 브로드웨이에 공사 중인 카페베네 바로 옆에는 이미 로컬 커피숍 ‘타스조 에스프레소 바’가 자리잡고 있다. 타스조 에스프레소는 지난해 5월 개점했다.

이 지역은 유동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주택가인데다 개점한지 1년도 안돼 위기를 맞게 되어서인지 하이템 웨스라티 타스조 에스포레소바 사장의 시름은 더욱 깊어 보였다. 그는 개점전 건물주에게 동종 업종이 들어오지 않는 조건을 계약서에 포함시키도록 당초 요구했지만 거부당했었다며 지금의 상황은 악몽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반응도 부정적이었다. 그들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카페의 고객들 중 상당수가 카페베네로 이동을 할 가능성이 크지만, 결국 그 어느 쪽에도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학생은 이 거리가 카페 거리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기존 상인들의 출혈은 누가 보상해준단 말인가.

조선의 실존인물인 거상, 임상옥을 그린 고 최인호의 소설 ‘상도’는 ‘상도(商道)는 곧 인도(人道)’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소설은 상인의 도리를 지켜야만 거상이 될수 있다고 말한다. 내 밥그릇을 채우기에 급급해진 것을 시대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과당경쟁의 논란을 이끌어낸 업소들이 모두 대형 기업이거나 대형 업소다. 이미 거상이어서 상도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걸까? 아니면 아직 거상이 되지 않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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