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리마’

2014-01-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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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칼리마’라는 나비가 있다. 이 나비가 날개를 활짝 펴고 있을 때는 찬란하고 아름답지만 날개를 접으면 누렇고 아주 볼썽사납다. 그래서 ‘죽은 잎사귀’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칼리마와 유사한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돈 많은 재벌이나 힘 있는 정치인들도 어느 날 죽은 잎사귀로 변하는 모습을 우리는 종종 보게 된다. 욕망을 제어 못해 어느 순간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다.

돈이나 권력은 누구나 갖고 싶어 한다. 웬만한 것은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욕심이 과하면 그것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덫이 될 수 있다. 과연 우리가 살면서 열심히 쫓는 돈이나 권력이 행복의 첩경이 될 수 있을까? 며칠 전 보도된 두 기사는 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주고 있다.


하나는 인터내셔널 뉴욕타임스에 ‘나는 돈을 사랑했다(For The Love of Money)’는 제하로 게재된 기고문이다. 내용은 월가에서 잘나가던 해지펀드 매니저 샘 포크가 800만 달러의 보너스를 마다하고 비영리단체 ‘Groceryships’의 운영자로 거듭났다는 것이다. 돈 중독에 빠져있다 시피 했던 그가 지금은 돈을 기부 받아 빈민층에 먹거리를 무료 제공, 그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포크는 오히려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한다.

또 하나는 지난주 방송된 NBC 토크쇼에 출연한 존 베이너 미국 하원의장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이유를 대통령이 되면 ‘잔디 깎기’를 못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한마디로 베이너 의장은 좋아하는 골프나 잔디 깎기, 그리고 레드와인, 담배 피우기 등을 대통령이 되기 위해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포크의 행동이나 베이너 의장의 생각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돈이나 권력을 갖기 위해 목을 매는 모습과는 너무도 상이하다. 이들이 그 돈의 중독과 권력의 힘에서 벗어난 생활을 원하는 것은 돈과 권력은 인간의 가장 평범한 삶의 가치와 행복에 오히려 장애물이 된다는 사실을 일찍이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난해 말 한국의 안방드라마 ‘황금의 제국’은 인간의 하찮은 욕망의 한계가 얼마큼 끝이 없는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대기업을 둘러싼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행복의 가치를 돈과 권력에 둔 채 피폐한 삶을 살아간다. 황금의 제국이라는 번쩍이고 화려한 빛을 쫓는 이들은 모두 욕망의 노예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잔혹한 경쟁을 벌인다. 이 드라마는 끝없는 욕망을 제어 못하고 허덕이는 이들의 모습에서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본성은 대체로 돈과 권력을 향해 끝없이 질주한다. 마치 고릴라가 춤을 추면, 고릴라가 멈추기 전에는 절대 멈출 수 없는 것과 같다. 이때 결과는 파멸이고 죽음이다. 어느 시점, 우리는 달리는 회전목마에서 내려오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 것이 진정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이다.

미국에는 해마다 포브스가 발표하는 최고의 부자목록 중 억만장자가 약 900명이다. 이들 중 워렌 버핏은 8년 전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자선재단에 420억 달러를 기부해 화제를 모았었다. 나머지 부자들이 사회에 환원하지 않는 것은 돈에 대한 탐욕 때문이다. 당연히 그들의 삶은 풍요로울 수가 없다. 테레사수녀는 그런 삶을 “부자들의 가난”이라고 하였다. 강철왕 앤드류 카네기는 살아생전 재산의 90%를 기부하며 멋진 인생을 살았다. 돈을 주고 의미를 산 셈이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팸은 최근 세계 최상위 부자 85명 재산이 지구촌 35억 명의 재산과 맞먹는다고 발표했다. 소득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나온 이 현상은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한다. 수퍼 부자들의 책임이 막중함을 일깨우는 경고이다. 부자들이 솔선해서 이 사회에 기여하고 공헌하지 못한다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그 삶은 가치 있는 삶이 될 수 없다. 행복은 작은 의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조그마한 것에서 나온다. 포크와 베이너의장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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