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수께끼와 같은 존재, 사람

2014-01-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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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영장류 중 긴팔원숭이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일부일처주의를 택한다. 독일의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켈(1834-1919)은 긴팔원숭이가 인간의 가장 가까운 영장류라는 이론을 처음 공표하며 그들의 생활이 인간의 가족생활과 너무나도 닮았음을 알렸다. 긴팔원숭이는 수컷, 암컷, 새끼들이 하나의 집단으로 구성돼 생을 꾸려나간다.

그들은 함께 살며 새끼들이 성장하면 분가하거나 추방당하여 자신들만의 가족을 꾸려 살게 된다. 또한 긴팔원숭이는 다른 영장류인 침팬지나 고릴라와는 달리 발정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사람과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섹스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수놈은 원하면 언제든지 암컷과 욕구를 채울 수 있어 여러 암놈을 두지 않는단다.


사람도 발정기가 없어 언제든 파트너와 섹스할 수 있다. 다만, 파트너가 누구냐에 따라 윤리와 도덕적 잣대가 매겨진다. 부부와의 동침은 1년 365일 24시간 허용이다. 그러나 부부 아닌 다른 사람과의 동침은 일부일처주의의 나라에선 불가다. 이슬람국가에서는 아내를 4명까지 둘 수 있어 한 남편과 4명의 부인 동거는 허락이다.

프랑스 대통령 올랑드가 동거녀가 있는데도 바람을 피워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부인도 아니고 동거녀라, 그리고 또 내연녀라! 그래도 프랑스 국민들은 담담하다. 참으로 프랑스란 나라는 ‘톨레랑스(Tolarance)’, 즉 ‘관용’의 나라가 아니라 할 수 없다. 그동안 영부인 역을 해 온 동거녀인 발레리는 뉴스를 보고 입원까지 했다.

발레리는 영부인 자리만 지키게 해 주면 모든 걸 덮어주겠다 한다. 올랑드가 내연녀인 여배우 쥘리를 택하면 발레리는 영부인을 그만둬야 한다. 올랑드만이 아니다. 전 대통령 사르코지는 어땠나. 결혼한 상태로 남의 아내인 세실리아와 12년간 내연관계였다. 이후 두 부부는 이혼하고 세실리아는 영부인이 됐지만 다시 이혼한다.

사르코지와 세실리아의 이혼은 프랑스 역사상 대통령이혼으론 처음이다. 사르코지 이전의 미테랑대통령은 사생아 딸이 있었다. 혼외의 딸 마자린과 미테랑이 언론의 폭로로 사진이 게재되고 세상에 알려지자 그 때도 프랑스인들은 무덤덤했다. 아무리 사생활에 간섭 안한다는 프랑스라 해도 바람피움에 이처럼 관용한 나라도 드물 거다.

<성의 역사(Sex in History)>의 저자 레이 탄나일은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최초에는 특정한 상대가 없는 군혼(群婚), 즉 여러 사람의 남자들과 여자들이 집단적으로 혼인 관계를 맺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가 약 25만년전 혈거생활(穴居生活), 즉 동굴생활이 시작되면서 비로소 가족이란 유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밝힌바 있다.

사실 인간의 성(Sex·性)이란 큰 본능에 속한다. 하나는 식욕이요 또 하나는 성욕이다. 두 가지 본능이지만 식욕은 100% 필요함이요 성욕은 식욕보단 덜하다. 식욕에 따른 먹음은 생사와 관련된다. 식욕이 없어 먹지 못하면 죽는다. 하지만 성욕이 없어 섹스를 안 한다 해도 죽지는 않는다. 스트레스는 받겠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다.

사람은 혼인관계를 통해 부부의 인연을 맺어 성적 욕구도 해소하고 자식도 낳는다. 이 때 따라오는 부부의 책임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사랑이다. 허나 사랑이 식어지면 딴 여자, 딴 남자를 찾게 된다. 불륜이다. ‘불륜도 사랑하면, 사랑’이란 논리도 적용하지만 애매하다. 하지만 결혼 전 싱글들의 성적결합은 불륜으로 취급 안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영과 정신과 마음을 소유하고 있다. 즉 영성과 지성과 감성을 지닌 소유자다. 섹스가 영과 정신으로 이루어질 때 플라토닉 러브가 되어 성적 접촉 없이도 사랑이 가능케 된다.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과 영과의 사랑이다.

긴팔원숭이는 일부일처로 살아간다. 그들에게 윤리가 있을까. 없다. 사람보다 더 낫다. 올랑드와 동거녀 발레리. 내연녀 여배우 쥘리가 동거녀를 밀어내고 영부인이 될까 궁금하다. 사르코지와 미테랑. 프랑스가 좋다할 남자들 많겠다. 또 25만년전 가족 구성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길 원하는 사람도 있겠다. 사랑과 성욕? 같을까, 다를까. 사람, 수수께끼와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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