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것”

2014-01-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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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사회 2팀 차장)

홀리네임병원 코리안 메디컬 프로그램(KMP 부원장 최경희)이 2014년 갑오년 새해를 맞아 본보와 함께 실시한 ‘한인 건강, 무엇이 문제인가?’ 전문의 좌담회는 한인 건강의 현주소를 진단한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한인 전문의들은 각각의 임상에서 느꼈던 건강에 대한 한인들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 한마디씩 털어놨다.이날 ‘병에 대한 두려움’과 ‘잘못된 인내의 미덕’ ‘만연된 민간요법’‘예방주사 맹신’ ‘조기 및 정기검진 소홀’ ‘건강보조제(식품)와 약물 남용’‘잘못된 술 문화’ ‘높은 흡연율’ ‘높은 무보험률’ 등이 한인 건강 증진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중 특히 ‘병에 대한 두려움’은 한인 건강 증진의 천적으로 이에 대한 인식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진 결과 암이면 어떡하나, 당뇨면 어떡하나”하는 식의 두려움이 바로 한인 건강 증진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것이다. 이민사회 특성상 하루 병가 내는 것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건강을 등한 시 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미국내 병원 문턱은 확실히 한국보다 높다. 미국은 공공보건(Public Health) 후진국으로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무보험자가 너무 많다.

KMP 최경희 부원장은 뉴욕·뉴저지 일원의 한인 무보험자 비율을 40%로 추정했다. 한인 두 명 중 한 명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뜻이다.다행히 올해부터 ‘오바마 케어’가 시행, 무보험 한인들이 보험 가입을 통해 자신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때문에 ‘오바마 케어’가 한인 건강 증진의 1등 공신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인들이 ‘병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건강 검진을 계속 꺼린다면 ‘오바마 케어’ 이상 가는 정책이 시행된다 해도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더욱이 ‘오바마 케어’에는 체류신분을 묻지 않는 프로그램도 포함돼 있어 서류미비자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오바마 케어’ 벌금 면제기관으로 선정된 ‘기독의료상조회(CMM)’가 좋은 예로 CMM 가입회원은 체류신분과 상관없이 똑 같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공공보건 후진국 비난을 받아 온 미국이 이제야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것으로 한인들도 이제 병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건강 챙기기에 나서야 할 때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것이다.’ 올 한해 이 문구만은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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