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랫사람의 덕목

2014-01-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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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차기 공화당 대권주자로 강력한 후보인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브리지게이트 의혹’ 에 휩싸이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민주당 소속 포트리 시장이 주지사 선거때 지지선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크리스티 주지사의 부보좌관 브리지트 앤 켈리가 뉴욕과 뉴저지 항만 관리소에 조지워싱턴 다리 폐쇄조치를 취하도록 암시한 이메일과 메시지가 공개된 것이다.

지난 해 9월 9일부터 12일까지 허드슨 강을 가로질러 뉴저지 포트리와 뉴욕 맨하탄을 잇는 조지워싱턴 다리의 뉴욕방향 3개 차선 중 2개 차선이 ‘교통안전 평가조사’를 이유로 폐쇄되면서 포트리 타운은 교통대란이 일어났었다.크리스티 주지사는 “본인도 기만당했다. 나와 주정부 입장과 무관하다”며 억울해 했고 관련자를 해고했다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지난 2012년 수퍼스톰 샌디가 뉴저지를 강타했을 때 샌디피해 복구 현장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둘러보는 초당적 행보를 보여 미 국민의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작년 2월에는 체중 감량을 위한 위 수술을 받아 정치 전문가들은 이 수술이 2016년 대선 레이스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었다.
그런데 브리지 게이트에 이어 샌디 게이트도 일어나고 있다. 샌디로 초토화된 뉴저지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광고에 크리스티 주지사와 가족이 등장, 실질적으로 주지사 대선 캠페인 광고로 활용됐다는 지적이다. 자칫 대선가도에 불똥이 튀게 생겼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14일 신년연설 직전 브리지 게이트에 대해 다시 한번 유감을 표하고 재발 방지를 거듭 약속했지만 어떻게 수습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브리지게이트를 보면서 삼국지 위나라의 인물 조조의 책사 양수(陽修)가 떠올랐다. 그는 천재로 명성을 떨친 재사로서 조조의 셋째아들 조식을 가르쳤다. 궁궐 한쪽에 화원을 꾸밀 때 아무도 ‘문이 너무 넓다’는 조조의 글자 의미를 몰랐으나 그는 금방 조조의 의중을 헤아렸고 두 왕자의 역량을 시험하는데도 그의 답대로 조식은 그 시험을 통과했다.

지나친 총명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더니 어느 날, 조조가 저녁상에 오른 삶은 닭을 먹다가 내린 군호로 ‘계륵(鷄肋)’을 하달받자 그는 ‘닭갈비란 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인데 지금의 이 싸움도 그렇다. 바로 철수 명령이 떨어질 것이다’는 뜻을 알아차리고 부하들에게 철수 준비를 시킨다.
이에 조조는 자신의 심중을 꿰뚫은 해석에 격노, 양수의 목을 잘라버린다.

비단 삼국지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한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는 참모를 잘 만나야 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참모가 보스를 제1인자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무리 실력 있고 리더십 있는 지도자라 해도 참모를 잘 못 만나고 아랫사람을 잘 못 다스리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아랫사람의 지나친 충성이 자칫 평생 쌓아온 명예에 누를 끼치는 것이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잘 만나야 하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잘 만나야 서로 잘된다.

아랫사람의 유형을 살펴보면 첫째 윗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일도 잘 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보스를 보좌하여 보스를 영웅으로 만든다. 둘째 윗사람의 마음은 잘 알지만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은 보스와는 일적인 부분보다 비위맞추기에 급급하다보니 과잉충성과 거짓 보고가 보스의 눈과 귀를 가린다. 셋째 윗사람의 마음은 잘 모르나 일을 잘 하는 사람은 토사구팽이 되기 마련이다.

또 아랫사람의 덕목이란 무엇일까. ‘현대경영학의 대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상사가 공을 세우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임무이자 자신에게 이롭다는 것을 깨닫는 자다. 상사의 장점과 단점, 한계 등을 알아서 대비하며 상사가 앞으로 나아가게 등뒤를 밀어야 하는데 너무 세게도 너무 약하게도 밀지 말라고도 한다. 이처럼 아랫사람이 자신의 분수를 지키면서 윗사람을 보좌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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