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잘 될거야, 암 잘되고말고

2014-01-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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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논설위원)

연말연시동안 우편물로, 이메일로 카드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신년 카드의 내용은 대부분 ‘올해에도 사업이 번창하고 가정이 행복하기’를 기원하고 있다. 장기간 경제가 어렵다보니 2012년도에 탤런트 김정은이 “여러분, 여러분, 부자 되세요, 꼭이오”하는 카드 회사의 CF 멘트가 아직까지도 먹히고 있다. ‘부자 되세요’하는 덕담에는 다들 미소 짓는다.

111년 전 하와이에서 시작된 미국 이민사는 선조들의 피와 땀으로 오늘날 한인사회를 만들었다. 새벽부터 하루종일 열심히 일해 비즈니스를 일군 이민 1세, 1.5세들이 그동안 나름 중산층이라 생각했는데 몇 년간의 장기적 불황이 이 믿음을 붕괴시키고 있다.


각종 규제로 자영업자들은 더욱 힘들어졌고 치솟는 렌트를 감당 못해 가게 문을 닫거나 실직자가 되면서 일자리만 잃었나, 내 집을 잃기도 했다. 그래도 월스트릿 저널이 전망한 미국 경기는 작년도에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올해 3%이상 경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데 기대를 걸어보자. 올 중반께 고용시장은 경기침체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도 한다.

새해들어, 친구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평창 성필립보 생태마을 관장인 황창연 신부의 강연을 듣고 오랜만에 박장대소했다.“강원도 평창에 피정을 온 시각 장애자들에게 강의를 하는데 그들은 말끝마다 경치가 좋다고 한다. 신부가 ‘아니 뭐가 보이세요’ 하자 ‘신부님 , 이 강 물소리, 바람소리만 들어도 다 압니다’, 그래서 다시 ‘볼 수도 없는데 어떻게 잘 아세요’하자 대답인즉슨 ‘저희는 눈에 뵈는 게 없어서요......”

그러면서 신부가 하는 말이 시각장애자의 눈을 하나 바꾸는데 1억이 든다고 했다.
“눈이 두 개니 2억. 심장은 오천, 간은 칠천, 팔은 한쪽이 칠백, 그러니 양 팔이 천사백, 다리는 한쪽이 팔백, 그러니 양 다리가 천 육백, 대략 몸 하나가 5억이다. 여러분은 매일 5억짜리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다. 아이가 집에 오면 ‘우리 5억짜리 오네’, 남편이 퇴근해 집에 오면 ‘우리 5억짜리 남편 오시네’, 한 가정에 식구가 보통 넷, 저녁 식탁에 모여 앉으면 ‘우리 20억 식구가 모였네’ 가 된다.”
그러고보니 사지육신이 멀쩡하고 건강한 것만으로 엄청난 부자가 아닌가, 적극적으로 자기 행복을 찾고 긍정적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최근 읽은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루쏘의 고백록(Les Confessions)에는 그가 스스로에게 하는 자성예언이라는 게 있다. 그는 나무에 돌멩이를 던져 나무를 맞히면 지금부터 그의 삶이 다 잘되어갈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하지만 돌멩이는 빗나간다. 그는 속으로 그것을 워밍업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돌멩이를 주워든 다음 나무쪽으로 몇 걸음 다가간다. 이번이 진짜야, 생각하며 돌을 던지지만 돌멩이는 또 빗나가고 만다. 다시 그것을 연습게임이었다고 생각하고 나무쪽으로 몇 걸음 다가간다. 이번이 진짜야, 하면서 나무를 향해 돌멩이를 던지지만 이번에도 맞히지 못한다. 그는 그것을 마지막 워밍업이었다고 생각하면서 이번에는 확실히 하기위해 나무 바로 앞까지 걸어간다. 나무에서 한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곳, 팔을 뻗으면 나무를 만질 수 있는 곳에 선다. 그곳에서 천천히 돌을 던져 정확하게 나무 둥치에 맞힌다. 그리고 속으로 말한다.

“성공했어. 이제부터 내 삶은 과거 어느 때보다 나아질 거야” 이 이야기를 미국 작가 폴 오스터가 소설 ‘우연의 음악’에서 인용했고 다시 소설가 김형경이 에세이집 ‘남자를 위하여’에서 인용했다.우리도 스스로에게 이런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숫자, 원하는 결과를 위해 스스로에게 암시를 하는 것이다. 현재, 주머니는 비었고 이것이 기분을 자꾸 가라앉히지만 그래도 ‘올해는 잘 될거야, 암 잘되고 말고.’하며 자신을 스스로 끌어올리는 주문을 외어보자. 한결 희망이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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