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타는 목마름이 있게 하라”

2014-01-0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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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 (목사)

포도나무에게 옥토는 백해무익이다. 그 밑에 풍족하게 물이 흐르면 십중팔구 그것은 사망선고와 같다. 그런 부요한 환경 가운데서는 뿌리가 나태해져서 일하지 않는다. 뿌리가 일하지 않으면 포도 열매는 겉만 비대해 질뿐 당분의 밀도가 낮아져 결국 열등한 열매를 맺고 만다.

포도나무를 잡초하나도 자라지 않는 척박한 모래밭이나 물이 고이지 않는 자갈밭 산지 비탈에 심어보라. 강렬한 직사광선을 받는 포도나무는 틀림없이 타는 목마름으로 몸부림 칠 것이다. 그런 악조건에서 살아남으려고 뿌리는 몸부림치면서 땅속 깊이 내려 뻗을 것이고, 저 멀리 숨어있는 물과 영양소를 맹렬히 탐색하며 찾아 나설 것이다.


이런 치열한 탐색 과정을 거치면서 뿌리는 깊은 땅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영양소와 조우(遭遇)하여 그것들을 미친 듯이 빨아들인다. 그 결과로 다양한 영양분과 최고의 향기를 가진 최상품 열매를 맺게 된다. 포도나무에게 고난은 쓰지만 열매에는 큰 유익이다.

겨울 내내 조용하던 포도나무 뿌리가 바삐 활동할 3월 무렵에는 비가 많이 내리면 안 된다. 그건 정말 낭패다. 그해의 포도농사는 흉작이 틀림없다. 포도나무에게 풍요와 형통은 불행이다. 하지만 결핍과 부족은 축복이 된다. 풍요할 때 포도나무는 방만해지고, 부족함이 많을 때 강한 헝그리 정신으로 자신을 긴장시키고 무장한다.
경복궁을 복원한 명장 도편수 신응수 옹은 이런 의미 있는 말을 했다. “궁궐의 대들보로 쓸 수 있는 소나무 중에 최고는 높은 산에서 자란 적송(赤松)이다. 적송은 나이테가 좁고 속살은 붉다. 나이테가 넓으면 쉽게 자란 나무여서 속살이 하얗고 무르고 쉽게 갈라지고 비틀어진다. 추운 겨울의 눈보라와 험한 비바람을 맞으며 자란 고산의 적송이라야 강철같이 단단하고 올곧다. 사람도 이와 같다.”

잊지 말라. 만약 타는 목마름이나 치열한 고난과 시련이 없었다면 명품 포도 열매, 단단한 적송, 빛나는 진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고난은 하나님의 가장된 축복이다.“라는 말이 나왔다. 이 사실을 잘 알았던 성경속의 위대한 인물 요셉, 다윗, 바울은 그들이 이유 없는 고난을 당할 때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그 길을 갔다.

당신은 리더인가. 타는 목마름의 사람이 되라. 노련한 포도원 농부는 나쁜 테루아(terroir)를 탓하지 않는다. 압력과 고난을 이겨내는 리더가 참 리더다.
보라. 압력의 고통으로 보석이 탄생한다. 압력을 견딘 석탄에서 다이아몬드가 나왔고, 상처가 아물어서 빛나는 진주가 되었다.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는 말했다. “고통이 크면 클수록 고통이 생산하는 창조적 에너지도 커진다.”

그러므로 내 마차에 무거운 감자 부대를 싣는다고 불평하거나 꺼리지 말라. 감자 부대를 싣고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가노라면 어느새 큰 감자는 저절로 위로 올라오고 작은 감자는 밑으로 내려간다.

지난날의 실패를 두려워하거나 후회하지 말라. 검증되지 않는 삶은 의미가 없고, 저항 없이 떠오른 새는 높이 날지 못한다. 뒤에 것은 잊어버리고 타는 목마름으로 새로운 내일을 응시하라. 태양은 내일 또 다시 떠오르고 새로운 문은 다시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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