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의 소망

2014-01-0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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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원 (자유기고가)

인터넷 시대가 도래 한 이래 인쇄업이나 카드 상들이 도산위기를 맞은 건 꽤 오래된 얘기다. 전화로 정답게 안부 인사를 나누던 시절도 꿈같은 일이고 이젠 이메일로 카드와 음악을 전송하고 수령하다 보니 사람 감성이 메말라지는 건 아닌지 아쉬운 마음과 걱정되는 게 비단 필자뿐 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하장이나 성탄 카드를 보내는 일도 덜게 되었고 물론 카드를 받는 숫자도 손가락으로 꼽게 될 정도가 되었지만, 33년 전 단신으로 이민을 와서 결혼을 할 때까지 우리 집에서 기거를 하며 이민생활을 시작했던 처제가 지난 연말 예쁜 카드에 ‘살아갈수록, 이 미국이라는 나라에 살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신 두 분이 제겐 산타이셨지- 라는 생각이 더 듭니다.’ 라는 귀절을 카드에 담아 보냈다.


나이가 들다보니 주위의 친구들, 지인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나기 시작했다. 그나마 생존해 계신 분들은 운신을 하기조차 어려운 상태이고 치매 끼까지 있다 보니 정겨운 세모 인사를 나누는 기회는 없어진 지 오래다.

우리는 살면서 형제건 이웃이건 도움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면서 산다. 특히 이민 1세들에게는 더 더욱 주위의 도움과 손길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는 설명이 필요 없다. 그러나 나 자신부터도 그렇고 사람들은 ‘감사 한다’는 표현을 잘 하지 못한다.

한 해가 가고 또 새해를 맞았다. 눈 깜빡할 사이에 해가 바뀐 기분이다. 세월이 유수처럼 흐르고 나이가 든다는 걸 몸으로 느끼는 때 갖는 야릇한 감정은 사람을 시니컬하게 만든다. 주위가 이상하게 변모한 것 같지만 실제적으로는 모든 게 다 애초에 하느님께서 만드신 그대로인데 우리 인간들만이 인지하는 그런 관념 때문에 그렇게 보이고 느끼는 건 아닐까.

올해도 작은 것을 함께 나누며 사랑가운데 삶을 영위 할 수 있는 가슴 따뜻한 사람으로 기억되는 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꽃 한 송이가 마음을 밝게 하고 한 그루의 나무가 숲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한 번의 따스한 손길이 고난에 빠진 이를 구할 수 있듯이, 한 번의 미소가 굳게 닫힌 마음을 열어 준다.

우리 모두 올해는 서로 따뜻한 말을 건네고 미소와 웃음으로 일을 시작하고 끝내는 사랑과 기쁨이 넘치는 삶을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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