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월이 인생인 것을

2014-01-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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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기 (목사)

나이가 들면 빠삐용이 되야 한다는 말이 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모임에 빠지지 말고, 삐지지 말고, 용서하며 살라는 말이란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한번쯤은 생각을 해볼만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과 노인의 차이는 살아온 세월의 길이가 아니라 깊이가 결정하는 것이다. 이맘때쯤이면 누구나 지난 세월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지나온 시간이 얼마나 빨리 지나갔는지에 신경을 쓰다보니 어떻게 시간을 살아왔는지 놓치게 되는 것 같다.
지나온 시간들이 시간의 길이만큼 노인이 되게 했는지? 시간의 깊이가 있는 어른이 되게 했는지?


시간이 인생이다. 지난 한해 시간을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사용했는가를 살펴보면 바로 살아온 시간이 나의 인생인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월을 아끼라는 가르침이 있다. 성경도 역시 지혜로운 사람은 세월을 아끼는 사람이라고 가르친다. 이 말은 단순히 시간을 쪼개서 사용하라는 말이 아니다.

“세월을 아껴라 때가 악하니라.” 이 구절의 정확한 뜻은 시간을 되찾아라 왜냐하면 때가 악하기 때문이다. 되찾는다는 말은 (값을 치르고) 되찾는다는 뜻이다. 이기심, 욕심, 욕망으로부터 시간을 되찾아 오라는 가르침이다. 나만을 위해 살았던 시간들은 그저 지나가는 나그네와 같으니 그렇게 살아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세월을 아끼라는 말은 또한 시간을 건져 올리라는 의미도 있다. 마치 낚시하듯이 시간이라는 바다에서 의미 있는 인생을 건져 올리라는 가르침이다. 오늘 내 인생의 바구니에 무엇을 건져 올렸는지 살피며 사는 사람이 어른일 것이다. 세네카는 사람들은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을 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꼬집었다.
세월은 기회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은 기회이다. 이 단 한번뿐인 기회를 내 욕망과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살아온 사람들은 어른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은 허망하다고 푸념을 한다. 어떤 분은 우리 인생은 처음부터 ~없이 사는 인생이라고도 한다. 10대에는 철~없이 살고, 20대에는 겁~없이 살다가, 30~40대에는 정신~없이, 50~60대에는 빈틈~없이 살고, 70대에는 아무 낙~없이 살며, 80대가 되면 형편~없이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이 사람은 참으로 생각~없이 나만을 위해 달려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전심을 다해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어느 순간 살면서 생각하게 될 것이다.” 프랑스의 지성이라 불리는 폴 발레리의 말이다.

살면서 생각하게 되는 삶은 생각없이 시간을 흘러보내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므로 생각하며 산다는 것은 하늘을 보며 산다는 말이다. 성경을 보니 땅만을 보며 살던 사람들은 아기 예수가 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였다. 그러나 하늘을 보며 살았던 사람들은 그들의 땅의 삶의 형편이 상관없이 하늘의 찬양을 들을수 있는 복을 받는다.

하늘을 바라보며 사는 사람만이 세월을 건져 올리며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하늘을 보며 사는 사람들이 어른의 성숙함을 갖추어 가는 사람일 것이다. 올 한해 우리 시간의 바구니에 무엇을 건져 올리며 살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노인이 되어가고 있는지,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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