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위안부 소녀상과 기림비의 진정한 의미

2014-01-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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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훈(사회1팀 기자)

2014년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벽두부터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 취임, 오바마 케어 본격시행 등의 굵직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한인들의 눈과 귀를 끄는 소식이 있다. 바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철거 요구에 대한 백악관의 입장 표명이 임박했다는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백악관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에 ‘일본 종군 위안부 소녀동상’에 관한 청원서가 하나 올라왔다. 텍사스주에 거주하는 ‘T.M.’ 이니셜의 작성자는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이 평화의 동상을 가장한 채 일본과 일본 국민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정작 주목할 만 한 점은 현재까지 무려 9만6,000명 이상이 이 청원서에 지지 서명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제출된 인터넷 청원가운데 지지 서명자가 10만 명을 넘은 것이 10건에 불과 했던 것을 감안하면 9만6,000명이라는 숫자는 결코 간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각에서는 미국 내에서 우익 성향 일본인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 내에 10만 명에 가까운 우익 성향 일본인들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의문점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지지 성명을 한 그들은 누구인가.

글렌데일 시립공원 평화의 소녀상철거 청원서가 게시된 지 이틀 뒤, 같은 사이트에는 롱아일랜드 낫소카운티 아이젠하워 팍의 종군위안부 기림비 철거를 촉구하는 청원서가 연이어 등장했다. 이 청원서에도 역시 현재 2만8,000여명이 지지 서명을 달고 있다.

이쯤 되면 한인사회가 과연 ‘평화의 소녀상’과 ‘위안부 기림비’는 타민족 이웃들에게 어떤 의미로 비춰지고 있는지, 우리 아픔의 역사를 그들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스스로에게 던져볼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다. 일부 정치인들과 단체장들이 ‘종군 위안부 소녀상과 기림비를 단지 전시용 사진 찍기나 일방적인 민족주의 함양의 도구로 전락시킨 적은 없는가’에 대한 질문에 자신 있게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있을지도 의심이 든다.

마지막으로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과연 우리는 ‘평화의 소녀상’과 ‘위안부 기림비’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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