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철없는 독재자 동지에게

2013-12-3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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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배묵(뉴저지 포트리)

정은아, 요즈음 많이 심란하겠구나. 아바이 돌아가신 후 지난 2년간 참 많이 무서웠지? 겁도 났겠고! 그래도 이게 무슨 짓이냐. 너의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하직했을 때 이유야 어쨌든 아무것도 모르는 너를 지금 그 자리에 있게끔 해준 성택이 아저씨를 이렇게 제거하다니. 너는 서양 사람들 문화와 정서를 조금은 보고 자랐잖아. ‘나이키’운동화도 좋아하고.

어쩌면 고모부가 너한테 잔소리가 좀 많았었는지도 모르겠구나. 어린 너를 우습게 봤을 수도 있지. 그러나 진정한 독재자는 자기 친족에 대해서는 관대할 줄 알아야 돼. 그래야만 아랫사람들이 너를 추종할 마음이 생기거든. 너에 대한 믿음이 없어지면 가식적인 충성만이 있을 뿐이야. 괜히 겁먹고 이 사람, 저 사람 죽이면 결국 천심은 너를 떠나게 된단다. 그러면 이번 거사에 여러 모로 너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을 너희 형, 그리고 여동생 모두에게 안부 전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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