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절름발이 교육이 낳은 일탈

2013-1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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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보도된 한인대학생 관련 두 건의 사건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기말시험을 연기시키려 대학 캠퍼스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허위신고를 했던 학생이 하버드 대학에 재학 중인 한인으로 밝혀졌다는 놀라운 소식과 함께 동부지역의 한 한인 학생이 의대입학시험 성적을 조작하기 위해 미시간 대학과 의과대학협회 서버에 무수히 해킹을 시도하다 발각됐다는 뉴스까지 전해졌다.

하버드 대학은 말이 필요 없는 미국 최고의 명문대학이다. 이런 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엘리트 학생이 이런 어처구니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쉬 믿겨지지 않는다. 또 의대진학을 꿈 꿀 정도로 학업성적이 좋은 학생이 전문 해커까지 고용해 성적조작을 시도했다는 것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한인 우등생들의 잇단 범죄를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우선 한인 우등생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우등생들의 일탈 사건에는 한인 학생들이 연루되는 경우가 아주 빈번하다. 대학뿐 아니라 최고학군 고등학교들에서 발생하는 성적조작 사건에도 한인 우등생들이 자주 관련된다.


또 한 가지는 공부 잘하는 학생을 길러 내는 것이 꼭 성공적인 교육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교육의 참 목적은 지식과 인성을 고루 갖춘 인물을 양성하는 데 있다. 이는 고루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진실이다. 월등한 지식과 성적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에 진학하고도 기본적인 판단력조차 갖추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학생들은 절름발이 교육이 낳는 폐해를 확인시켜 준다.

21세기에는 전문지식보다 공감과 같은 정서적인 능력이 성공에 더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성적이 뛰어나도 정서적 능력이 결여되고 분별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장래는 결코 밝지 못하다. 교육은 학업과 인성 함양이라는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하는 자전거와 같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학부모들은 오로지 자녀들의 성적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아무쪼록 이번에 드러난 명문대 우등생들의 일탈이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또 무엇이 성공적인 교육인지 고민하고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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