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화의 탄생

2013-12-23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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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아동문학가/목사>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아기 양들은 고이 잠들고 평화의 임금이 탄생하셨습니다. 용서의 싹이 돋고 사랑의 행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이천 십 삼년. 흩어지지 않는 대열은 뭉게구름처럼 지구를 덮고 부조리와 싸우는 역사의 외로운 씨앗들이 베들레헴 외양간의 아기를 이어갔습니다.

아직도 굶주린 아이들이 떼를 짓고 가진 자의 착취는 해 아래 횡행하는데 부패한 정치인들. 물량주의 종교인들. 아 캄캄한 내일이여 불쌍한 자손들이여. 그러나 거룩한 아기는 당신의 가슴 속에 오늘 탄생하셨습니다. 그 아기는 인류의 희망, 그 아기는 평화의 약속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아기 예수가 낮은 땅으로 내려오셨습니다. 모두 높은 데로만 가려는 세상인데 그 분은 구질구질하고 문제가 많은 낮은 땅을 찾아 오셨습니다. 하늘에서 지구로 이민 오신 것입니다. 성자(聖子)의 이민 생활은 정말 고생스러웠습니다. 태어난 곳은 마구간이었고 처음 침대는 짐승의 밥통이었습니다. 그나마 폭군 헤롯의 칼날을 피해 태어나자마자 피난길을 떠나야 하였습니다.

그 분은 고향에서 푸대접 받고 제자들은 도망쳤고 힘 있는 자들은 그를 적대시 하였으며 혼자 외롭게 골고다 언덕에 올라가 죄수처럼 매를 맞으며 십자가를 졌습니다. 왜 그런 고통스런 삶을 택했을까요? 바로 나와 당신을 위해서였습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누가2:14) 그 아기는 당신의 평화를 위하여 나셨습니다. 찬바람 부는 가정을 위하여, 불황의 파도 넘실거리는 오늘을 위하여, 미움이 이글거리는 땅에 평화를 주시려고 오셨습니다.

“나 예수는 다윗의 뿌리요 그 자손이니 곧 광명한 새벽별이라.”(요한계시록 22:16) 아기 예수는 당신의 새벽별로 오셨습니다. 당신에게 방향을 보여주시려고, 당신이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시려고 오셨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행복해지려면, 어수선한 세상이 평화의 궤도를 찾으려면 그 빛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바라보는 길잡이가 될 새벽별이 필요합니다.

이제 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잊을 계절입니다. 계획대로 안 된 일도 기대에 어긋난 일도 잊어버리십시오. 놓쳐버린 돈도 잡지 못한 기회도 안타까워 말고 깨끗이 잊으십시오. 뼈에 사무친 미움도 타오르는 화도 말끔히 잊어버리십시오.

괴로웠던 일, 답답하였던 사연도 다 잊고 새해를 맞으십시오. 실천 못한 결심도 이루지 못한 꿈도 묵은 날과 함께 흘려보내십시오. 성경은 새 출발을 권고합니다. 어두운 과거를 덮고 새로 시작하는 겁니다. 아무리 큰 죄인도 새 출발이 가능합니다. 당신을 향한 하나님의 용서와 기대가 있기에 새 출발 할 수 있습니다.

남몰래 흘리던 눈물도, 당신 혼자 내뿜던 한숨도, 긴 설명이 필요한 사연도 이제는 다 잊을 때입니다. 기억 한들 무슨 유익이 있고, 되새긴들 무슨 위로가 되겠습니까? 어이 없이 뱉어버린 거짓말도, 느닷없이 남을 중상한 실언도 오늘로서 다 잊어버리십시오. 광명한 새 날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깨끗한 새 도화지에 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십시오.

새로운 항해가 시작됩니다. 저 바다에서 내가 필요한 것은 믿음뿐입니다. 저 광야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소망입니다. 풍랑의 소란을 압도할 당신의 음성을 들려주십시오. 이제 앞만 바라보고 배에 오를 시간입니다. 시련의 날에도 하늘의 은총을 믿으십시오. 걱정 말고 배를 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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