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천17번째 크리스마스

2013-12-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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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객원논설위원>

“탄일종이 땡땡땡 은은하게 울린다/ 저 깊고 깊은 산속 오막살이에도 탄일종이 울린다. 탄일종이 땡땡땡 멀리멀리 퍼진다/ 저 바닷가에 사는 어부들에게도 탄일종이 울린다.” 초등학교시절 예배당에서 이 노래를 부르며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옛 추억이 지금도 새롭다. 이렇듯 크리스마스 하면, 동심으로 돌아가게 하는 그 무엇이 있다.

아기 예수는 마구간에서 태어났다. 지금부터 2017년 전이다. 역사가들은 예수가 이 땅에 태어난 정확한 해를 서기 4년 전으로 계산하고 있어 2013년에 4년을 더한 거다. 당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은 호적을 하러 베들레헴에 들렀는데 마리아가 해산할 기미가 보였다. 이리저리 해산할 장소를 찾았으나 찾지 못했다.


결국 그들은 어느 여관집에 들어가 그곳 마구간에서 마리아가 해산하게 됐고 그 때 태어난 아기가 예수다. 예수의 태어남을 가장 먼저 알게 된 사람은 들에서 양을 지키던 목자들이었다. 다음에는 동방박사들이었고 그들은 동방에서부터 베들레헴으로 가 아기예수에게 황금, 유향, 몰약을 선물했다.

예수의 유년기는 열두살 때 예루살렘 회당에서 유대의 선생들과 함께 질문도하고 대답도하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공생애가 시작되기 전까지 인도에 다녀오지 않았느냐는 설도 있으나 확인된 건 없다. 예수는 30부터 33세까지 3년 동안 하늘나라 복음을 전파한다. 그의 첫 일갈은 “회개하라”였다.

신약성경 27권중 첫 4권(마태, 마가, 누가, 요한)을 공관복음서라 부르는데 예수의 생애가 담겨져 있다. 특히, 공생애 3년 동안의 행적이 너무도 자세히 서술돼 있어 예수에 관하여 알고 싶은 사람들은 필수적으로 보아야 할 부분이다. 그는 공생애를 통해 병자를 고치고 하늘나라의 복음과 진리를 가르치며 많은 기적을 보여 주었다.

1880년 미국작가 루 윌리스가 <벤허>(Ben Hur. A Tale of the Christ)란 소설을 발표했다. 이 소설은 1959년 윌리엄 와일러감독이 영화 ‘벤허’를 만들어 1960년대 초 한국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다. 중학생이었던 그 시절 이 영화를 보고 얼마나 감명 받았는지 모른다. 이 영화 한 편은 수많은 기독교신자를 낳게 했다.

이 영화에서의 압권은 전차경기지만 그 보다 더 압권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날,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릴 때, 예수 그리스도의 영에 의해 벤허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문둥병에서 고침을 받는 장면이다. 벤허를 쓴 윌리스는 공관복음에 나타난 예수의 기적들을 마음에 두고 썼음이 확실하다. 실제로 예수는 문둥병자들을 고쳤다.

1678년, 1684년, 천로역정<天路歷程>(The Pilgrim’s Progress)상·하권이 영국에서 발간됐다. 존 번연이 감옥에서 만든 작품이다. 내용은 그리스도인이 멸망을 앞둔 도시를 떠나 하늘나라로 향해 여행하면서 당하는 고난과 모험이다. 한국에는 1895년 캐나다선교사 게일이 번역해 소개됐다. 이 책은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다.

존 번연이 이 책을 감옥에서 쓰게 된 이유가 있다. 그 당시 영국은 성공회가 국교였기에 다른 교는 탄압을 받았다. 침례교신자였던 번연이 허가 없이 비밀집회에서 복음을 전하다 붙들렸고 12년간 감옥에 갇혀있게 된다. 이 때 쓴 것이 천로역정이며 그리스도를 따르고 구원을 얻으려면 험난한 역경을 이겨내야 함을 가리켜준 책이다.

2천17번째 맞이하는 크리스마스가 3일 후면 다가온다. 예수는 이 땅에 태어나 33년을 살면서 가난한자, 억눌린 자, 병자, 세리, 창녀와 같은 소외되고 버림받은 자들과 생애를 함께했다. 그는 특히 어린아이들을 좋아해,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까지 말했다. 예수의 생애가 이를 잘 증명한다.
예수탄생의 크리스마스가 진정한 의미는 잊어 진채 상업화 된지 오래다. 탄일종이 땡땡땡 은은하게 울리는 순수한 크리스마스의 동심들이 어디로들 갔을까. 마구간에서 태어난 아기예수를 진정 반겨줄 사람은 누가 있을까. 2천17번째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에 세 가지 선물을 하고 싶다. 예수의 생애가 담긴 공관복음서와, 벤허, 천로역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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