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격랑 속에 한국의 내일은

2013-12-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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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한국 진도에서 어떤 할머니가 기르던 개에 얽힌 이야기다. 어느 날부터 그 개가 일주일째 음식을 먹지 않고 바다를 향해 계속 짖었는데 그리고 나서 곧바로 일본이 한국의 해협을 침범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진도의 개(진돗개)가 유명해졌다고 한다.

동물도 이처럼 외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일찍이 감지하고 있는데 한국의 정치가들은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금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한반도를 중심으로 주변국들이 최근 요동을 치고 있는데 나라 안에서는 연일 정치지도자들이 갑론을박하느라 정신이 없어 보인다.


30년 만에 세계 경제 대국이 된 중국의 힘은 갈수록 비대해져 미국과 강대국의 반열을 두고 힘겨루기를 치열하게 하고 있고, 전범국으로 세계의 눈치를 보던 일본은 이제 든든한 미국의 지원에 힘입어 동북아에서 미국과 방위를 공동으로 책임지는 지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그런데 한국은 미국과 중국, 일본의 힘이 부딪치는 가운데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만약 이들 국가중 어느 한 나라도 자기네 이익에 한국이 방해가 된다 할 경우 한국은 언제고 쉽게 버려질 수 있다. 그 때 가서는 아무리 국가간 정상외교에서 서로 악수하고 미소를 짓고 했어도 장밋빛 환상에 불과할 뿐이다. 한국은 일본이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면 온 나라가 우리 땅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벌떼같이 들끓는다. 그러나 국토 안에서 자국민끼리 갈등하고 화합하지 못한다면 독도가 아무리 한국 땅이라고 해도 강대국 힘의 논리 앞에 이를 끝까지 잘 지켜낼 수 있을까.

조선은 말기, 주변 대륙의 판세를 읽지 못해 나라가 치욕을 당하고 백성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겼던 역사적 사실이 있다. 주변국들이 호시탐탐 한국을 노리고 있음에도 안에서는 연일 노론 소론 나뉘어 좌충우돌하다가 마침내 일본에 독도만이 아니라 전 국토가 유린당했고, 이전에는 중국의 원나라, 청나라 등에 짓밟히고 괴롭힘을 당한 한 많은 역사이다.

이런 치욕을 되풀이 않으려면 주변에서 밀려드는 험난한 파고에 대항하기 위해 지도층을 중심으로 온 나라가 일치단결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이 해전에 막강한 일본을 격파한 것도 일찍이 위기를 감지하고 배를 만들어 애국의 굳센 정신으로 단결력을 꾀했기 때문이다.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의 풍랑이 있을 때마다 한반도는 전쟁으로 휘말려 들어갔다. 지금의 거센 동북아 격랑 속에 반쪽 크기 밖에 안 되는 한국이 선택할 옵션은 과연 얼마나 될까? 행여 바다 건너 일본이 독도를 침탈하러 온다면 한국은 독도를 제대로 방위할 수 있을까? 중국이 이어도를 무단 점령한다면 한국은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점점 대결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중국과 미국이 한국에 양다리 걸치지 말고 하나의 입장을 택하라고 한다면 분단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무역의 30%를 보유하고 있는 중국을 버릴 것인가, 북한으로부터 방어를 위한 한미동맹을 버릴 것인가?

60년이 넘는 분단만도 가슴 아픈데 북한에서는 갈수록 공포분위기가 감돌아 외면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근래 속속 드러나는 북한정권의 잔인한 면모를 보면 북한이 앞으로 또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같은 사건을 저지르지 않는다고 보장 못한다. 최근 북한의 정세는 어느 때 보다도 불안하고 위협적이다. 북한정권의 서열 2인자 장성택이 조카 김정은에 의해 참혹하게 처형되고, 한 때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북한이 이번에는 또 백령도에 삐라를 살포해 “남조선은 날뛰지 마라, 백령도를 초토화시키겠다”고 하는 등 불안과 공포의 분위기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스위스 유학시절 김정은의 성격이 매우 난폭하고 공격적이어서 위험인물이라는 미국 발 정보 분석에다, 현 상황으로 보아 내년 봄쯤 또 다시 북한이 무력 도발을 감행 할지 모른다는 한국정부 발표까지 있고 보면 이래저래 한국의 앞날이 걱정스럽기만 하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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