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프업/ 스타이브센트 고교 10학년 조윤 군
2013-06-24 (월)
“지금 살고 있는 동네에 형하고 작은 서양식 음식점을 열고 싶어요. 한식 요리에 익숙한 엄마께 맡길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엄마의 손길도 담긴 식당을 운영할 겁니다. 손님 대부분은 이웃 주민이 되겠지만 매일 사람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맛보게 해 줄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뉴욕시 최고 명문고로 꼽히는 스타이브센트 고교 10학년에 재학 중인 조윤(16·사진)군은 훗날 꿈이 뭐냐는 질문에 느닷없이 ‘식당’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요리를 잘해서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엄마와 형, 이렇게 세 식구가 조촐히 누리고 있는 가족의 행복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라고 했다.
조군의 아버지는 그가 네 살이던 2001년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너무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사실 조군에겐 아빠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하지만 아빠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가족들은 더욱 끈끈하게 하나로 뭉쳤고, 그렇게 사랑으로 우리가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시 말해 이런 사랑을 음식이라는 일종의 ‘도구’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사랑으로 만든 음식은 단순히 입만 즐겁게 하는 게 아니라 마음 속 깊은 곳에까지 기쁨을 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조군이 잘 만드는 음식은 치킨 에스칼로프. 치킨 가슴살에 각종 마늘, 양파 등이 어우러진 소스와 모자렐라 치즈가 얹혀진 프랑스 요리다. 조군은 “얼마 전에 엄마가 매우 맛있다고 칭찬을 했다”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사실 가족식당을 해 보자는 아이디어는 형이 먼저 냈다. 그의 형 티모시 조(23)씨 역시 요리 실력에 있어선 동생 못지않다. 티모시 조씨는 뉴욕에서 3대 명문에 든다는 브루클린텍 고교를 졸업하고 현재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조군이 스타이브센트 고등학교에 진학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도 명문고를 나온 형의 영향이 컸다. 물론 스타이브센트에서 공부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늘 전교 상위권에 들던 조군이었지만 스타이브센트 입학초기에는 겨우 중위권을 유지해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아무래도 우수한 학생들이 뉴욕시 곳곳에서 모였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조군은 독하게 마음을 먹고 공부에 집중을 했고, 현재 모든 과목에서 평균 95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조군은 “보통 스타이브센트는 집에서 3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끝마칠 수 있는 숙제를 낸다”면서 “숙제만 끝내는 건 사실상 내게 주어진 최소치(minimum)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후 추가로 공부를 해 최대치(maximum) 목표를 이루는 게 매일매일 습관이 돼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요리에 대한 열정은 식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인터넷으로 틈틈이 각종 요리법을 찾아보기도 하고, 텔레비전 요리 방송 프로그램도 꼭 챙겨본다.
조군은 “앞으로는 맨하탄에서 활동 중인 김훈이, 데이빗 장 등 유명 한인 요리사들의 성공 사례도 눈여겨보면서 본격적인 요리의 꿈을 키워나갈 예정”이라며 밝게 웃었다. <함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