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탈북 청소년 문제를 보면서…

2013-06-0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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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일상, 깨달음

요즘 북한을 떠나서 자유 한국으로 오고 싶어 했던 청소년 아홉 명이 다시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졌다는 소식에 우리 모두 안타깝고 마음이 쓰립니다.

이번 일로 한국 정부의 외국 공관원들의 안이한 대응에 비판 여론이 비등하였습니다. 그러나 외무부에서는 공관원들이 그 청소년들의 안전을 위하여 신중하게 움직인 것이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내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라오스 정부도 탈북인들을 돕는 한국인들의 인신매매 사례도 있으므로 청소년들을 자국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그들에게 더 안전했다고 변명하고 나섰습니다.


중국에서도 그 청소년들이 북한으로 되돌아가는 일에 어느 국가도 안전요청을 하지 않았으므로 그 청소년들이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는 일을 위험하게 보지 않았고, 자연스러운 귀국으로 보았다고 해명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사건은 우리나라 해외 공관원들을 비롯하여 관련 국가들이 크게 지탄을 받을 일은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생존을 찾아 나섰던 그 아홉 명의 청소년들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고통스런 곳으로 되돌아가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모두 말이 안 되는 변명이지만 결국 그 청소년들만 희생되고 인솔하던 도우미들만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뼈저린 현실을 봅니다. 북한에서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청소년들이 목숨을 걸고 그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비극적 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거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탈북인들을 돕는 우리 도우미들의 행동이 라오스 정부에 인신매매 행위로 보여졌다는 점도 가슴 아픈 일입니다.

또 중국 당국도 이번 문제에 옹색한 발뺌 성명을 내는 모습에서 그동안 탈북인들 때문에 겪는 그들의 어려움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탈북인들을 국제법적으로 무리 없이 도와야 하는 우리나라 해외 공관원들의 고충도 엿보입니다. 이 모두가 우리나라가 얼마나 불행한 현실에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남북한을 포함한 우리 자신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남북한의 갈등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한국 전쟁 이후 그동안 일어난 고통스럽고 가슴 아픈 일들이 산처럼 쌓여가고 있는 오늘입니다.

이런 때 북한 거주 동포들을 제외한 우리 남한과 해외에 나와 있는 한국인들이 이성을 가지고 이런 일들을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무작정 해외 공관원들을 나무란다고 해서 무엇이 해결될 일이 아니고, 그렇다고 관련 국가들을 비난한다면 앞으로 우리의 입지만 좁아지고 국제관계만 나빠질 것입니다.

아무리 쓰라리고 가슴 아픈 현실이 벌어졌다고 하더라도 이 모든 문제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낸 역사이므로 우리가 저마다 책임을 느끼고 풀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보겠습니다.


우리나라 해외 공관원들은 제발 동포사회에 군림하는 자세를 버리고 자국의 국민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성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특히 어린 청소년들의 사활이 달린 문제였다면 더 발 빠른 대응을 해 주어야 하겠습니다.

모든 국민들도 이번 일을 통해서 이미 한국에 나와 있는 새터민들의 삶에 한 번 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되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또한 지금 북한에는 배고픈 형제들이 그 아홉 명의 청소년뿐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이번에 유엔에서 발 빠르게 그 아홉명의 청소년의 안전을 북한 당국에 확인 요청을 하여 준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우리도 정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고, 국민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우리 모두 함께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송 순 태
<카라미션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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