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러밀월의 이면?…NYT “러 정보부 비밀문서에 중국은 ‘적’”

2025-06-07 (토) 11: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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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정보기관 문서 보도… “中, 러-우 전쟁 개전후 대러 정보활동 강화”

▶ “中, 드론戰에 큰 관심…북극서도 기업·연구소 활용 스파이 활동”
▶ 푸틴, 中 불신하면서도 中과 협력 강화 ‘전략적 결단’ 내린 듯

중러밀월의 이면?…NYT “러 정보부 비밀문서에 중국은 ‘적’”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 [로이터]

중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쟁을 계기로 한층 더 밀착한 형국이지만 러시아 내부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NYT는 2023년 말∼2024년 초에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8쪽 분량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문서에서 중국에 대한 러시아 정보 당국의 속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FSB 문서에 중국은 '적'으로 묘사돼 있으며, 중국이 러시아인 스파이를 모집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정권에 불만이 있는 러시아 과학자들을 유혹해 민감한 기술을 손에 넣으려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서에서 FSB 요원들은 중국이 우크라이나전쟁을 통해 서방 무기와 전투에 대해 배우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군이 벌이고 있는 작전을 염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FSB 요원들은 중국 정보 요원들이 광산 회사와 연구기관을 이용해 북극에서 스파이 활동을 벌이고 있음을 경고했다고 NYT는 전했다.

아울러 문서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 사흘 전 '엔텐테-4'라는 이름의 새로운 방첩 프로그램을 승인했는데, 이 프로그램의 진정한 의도는 중국 스파이들이 러시아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당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앞두고 중국과의 국경 지역에 배치했던 정보 자원을 거의 모두 우크라이나 쪽으로 옮긴 시점이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몰두하는 상황을 중국이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대중국 방첩 활동을 강화했을 수 있는 것이다.

문서에 따르면 FSB는 우크라이나 전쟁 개시 이후 자신들이 우려한 대로 중국 정보 요원들이 러시아 공무원, 전문가, 언론인, 업계 인사 등을 스파이로 포섭하려는 노력을 강화한 정황을 포착하고, 중요한 전략정보가 중국으로 가는 것을 막으라고 요원들에게 지시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로 진격한 시점에 중국 정보기관과 연결된 중국 연구소나 중국 방산 기업 인사들이 러시아로 몰려들었는데, 이들의 목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함이었다고 문서는 평가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드론을 활용한 전투 방법과 새로운 형태의 서방 무기에 대한 대응 방법 등에 대한 정보에 특히 관심을 보였다고 문서는 지적했다.

1979년 베트남과 충돌한 이후 전쟁을 치른 적이 없는 중국 군부는 서방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군과 싸우는 러시아의 전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첩보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은 자국 정보 요원이 러시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실행하고, 중국에서 수학하는 약 2만명의 러시아 학생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인과 결혼한 러시아인을 스파이로 삼으려 시도한다는 내용도 문서에 적혔다.

이런 상황에서 FSB 요원들은 중국 측과 사업상 협력하는 러시아 국민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중국이 러시아의 선진 과학 연구 결과를 취득하려 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으로 문서에 나타났다.

이에 맞서 FSB는 중국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위챗'에서 사용자 정보를 끊임없이 축적하고 스파이 활동 목표 인물의 전화기를 해킹할 것을 명령하기도 했던 것으로 문서에 소개됐다.

또한 FSB 문서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서방의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공급망 수립을 러시아에 제안했으며, 드론과 다른 첨단 기술 군사 장비 생산에 참여하겠다는 제안을 했음을 보여준다고 NYT는 전했다.

NYT가 전한 FSB 문서 내용은 러시아와 중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긴밀한 관계 속에 전략적 공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구소련 시절 사회주의 진영내 패권을 놓고 갈등했을 때의 불신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러시아 입장에서 중국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음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계기에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한 것은 러시아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동시에 러시아 나름대로는 중국에 대한 불신을 떨치지 않은 상황임에도 협력 강화를 선택한 것은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NYT는 이 문서가 사이버범죄 단체 '아레스 리크스'가 확보한 것이며, 날짜가 적히지 않은 것으로 미뤄 정식 문서의 초안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NYT는 6개 서방 정보기관에 이 문서의 진위를 문의했고 모두 진짜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놓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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