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생의‘암반’을 뚫어라

2013-02-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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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활인의 신앙

▶ 김 재 동 <가톨릭 종신부제>

죽어버린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땅 밑에 거대한 ‘강물’이 흐른다는 사실이 언젠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스위스의 지리측량회사인 ‘지오-인포메이션’이 러시아의 과학자들의 인공위성을 이용한 지리 탐사작업을 벌이던 중, 아프리카 북서부 아카르 지역의 지하 250미터 화강암 암반 밑에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신문기사에 의하면, 이 강의 수량은 식수로 사용할 경우 하루 3만2,000미터에 해당한 양으로, 언젠가는 인근 주민 5만명의 식수를 해결할 수 있는 거대한 수량이 사하라 사막의 땅 밑에 존재한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엔 사하라 사막은 분명 ‘죽은’ 땅이다. 풀 한 포기 생존할 수 없는 쓸모없는 죽은 땅 깊은 곳에 수만명의 생명을 구해낼 수 있는 거대한 강물이 이처럼 도도히 흐르고 있음은 분명 ‘신비’가 아닐 수 없겠다.

이런 충격적인 사실은 비단 자연 가운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젠가 ‘평화신문’에서 읽은 실화가 그것을 말해 준다. 뉴욕 대교구 신부님 한 분이 로마를 방문 중 어느 성당 입구에서 구걸하는 거지를 만났다. 그 거지를 얼핏 본 신부님은 순간 그 거지가 자기의 신학교 옛 동창임을 알아봤다. 한참 후 신부님은 자기의 동창 신부가 그간 믿음과 소명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깊은 충격에 빠졌다.


다음 날 신부님은 작고한 전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개인미사에 참례할 기회를 가졌고, 운 좋게도 미사 후 잠시 교황님과의 짧은 만남 때 자신의 옛 신학교 동료를 위해 특별 기도를 청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날 늦게 신부님의 숙소로 신부님과 그 거지를 교황님의 저녁식사에 함께 초대한다는 교황 비서의 긴급전갈이 왔다.

저녁식사 후 교황님은 거지와 둘만 있게 해 달라고 사제에게 부탁한 후 단 둘이 되자 교황은 거지에게 자신의 ‘고해’성사를 부탁했다. 거지는 너무 놀라 자신은 지금 사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자 바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따뜻한 음성이 들려왔다. “한 번 사제는 영원한 사제입니다” 거지 사제가 “그래도 저에겐 사제 권한이 없습니다”라고 고집하자, “나는 로마 주교입니다. 이제 내가 그 사제 권한을 당신에게 부여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 거지 신부님은 하는 수 없이 교황의 고백을 들었다. 그리고 그는 걷잡을 수 없이 흐느껴 울면서 이제는 자신의 고백을 들어달라고 교황께 청했다. 마지막으로 교황님은 그에게 어떤 교구에서 그간 구걸해 왔는지 묻고는, 그를 그 교구의 보좌신부로 임명하면서 거지들을 돌보는 일을 맡기셨다는 기사 이야기다.

결국 그는 훌륭한 ‘사제’로 되돌아온 것이다. 알고 보면 인간 삶 속에는 저마다의 상처와 아픔들이 굳을 대로 굳어 실제로 생명과 은총의 물길이 솟아오르기 힘들게 ‘암반’처럼 굳어져 버린 경우들이 많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우리 모두는 두꺼운 가면 뒤로 숨어 불안하고 좌절된 폐쇄적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경쟁과 좌절, 체면과 거짓, 미움과 분노, 불안과 공포, 위선과 갈등 같은 단단한 삶의 암반 등 밑에는 분명 순수한 ‘생명’의 은총이 이처럼 도도하게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때문에 ‘희망’은 항상 아무리 삶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 해도, 결국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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